지난 정부는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전부터 입학생은 갈수록 줄어들지만 대학은 포화 상태였다. 이에 급격한 입학생 감소로 인한 대학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사전에 정원을 감축시키고자 했다. 꽤 합리적인 대안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드러났다. 대학의 규모, 특성, 설립형태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대학을 일률적으로 평가해 줄 세웠다. 이 중 하위 대학들은 정원 감축을 시행해야 했다.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진행됐기에 사실상 강제였다. 해당 사업이 진행되면서 대학 서열화는 공고화됐고 교원들의 고용 여건도 나빠졌다. 

현 정부는 이러한 이전 정부의 문제점을 보완해 대학구조조정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양적 감축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진단 및 지원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또한 지방대학을 고려해 권역별 진단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학의 상황을 고려했고 강제적인 감축을 목표로 하지 않아 기대가 됐다. 그러나 이내 실망으로 뒤바뀌었다. 몇 개월간 진행됐던 진단 결과 정원 감축 권고 대상 대부분이 지방대학이었다. 이에 반해 수도권 대학 58곳 중 51곳(87.9%)이 정원 감축 대상이 아닌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것이다. 

물론 지난 정부가 이미 진행하던 사업을 중도에 맡게 돼 이전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당초 이전 정부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바는 보완 및 개선했어야 했다. 일부는 달라지지도 않았다. 줄 세우기 평가로 하위 대학에 정원 감축을 요구하는 방식은 여전했다. 오히려 하위 대학의 부담이 더 커졌다. 이전 상위 16%를 제외한 대학에게 정원 감축을 실시했지만 지금은 하위 40%에게만 정원 감축이 시행된다. 정원 감축 대상 대학 대부분이 지방대학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지방대학의 규모는 축소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당초 예정된 5만 명 가운데 3만 명 감축은 시장에 맡길 예정이란다. 설상가상이다. 대학 서열화가 공고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선택에 맡겨 자연 감축토록 하면 지방대학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질 수 있다. 

평가 지표에도 문제가 있었다. 입학생 충원율 및 취업률 지표가 전체 75점 가운데 14점을 차지하고 있던 것이다. 두 지표 모두에서 수도권 대학이 유리하다. 대학 공공성 제고를 위해 도입한 부정비리 페널티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보통 부정비리는 재단 및 대학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다. 결국 이들의 문제로 대학 구성원 전체가 피해 보게 되는 것인데 이는 온당치 않다.   

최근 정부는 이번 역량진단을 과도기로 보고 고등교육 전문가 및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2021년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정부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해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다. 부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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