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대학 대학
전자저널의 편리함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 유효상, 추예은 기자
  • 승인 2018.09.02 08:55
  • 호수 1566
  • 댓글 0

작년 12월 대학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전국 대학도서관들이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 구독계약을 중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해마다 급증하는 구독료 인상률로 인한 재정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반발한 것이다. 전자저널 구독 시스템의 곪은 문제인 만큼, 대학가에서는 해결 촉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독료는 인상되고, 예산은 부족하고 

외국 대형 학술출판사 및 국내·외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 업체(이하 DB업체)들이 전자저널의 구독료를 인상해 대학도서관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전자저널 구독료 인상률은 최소 4%에서 최대 19%까지 올랐다. 국내 △누리미디어(DB Pia)는 8.1~9.6% △한국학술정보(KISS)는 7~12% 외국 DB업체 엘스비어(Elsevier)는 4% 인상했다. 구독료 인상의 요인으로는 △콘텐츠의 양적·질적 증가 △데이터베이스 제반비용 △학술콘텐츠 이용교육 등이 있다. 한국학술정보(KISS)의 문호일 팀장은 “물가상승률과 인세 및 학회 섭외비용, 웹사이트 관리비로 구독료 인상률을 결정한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라 대학도서관에서는 전자저널을 포함한 전자자료의 이용률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월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발표한 <2017년 대학도서관 통계조사 및 분석>에 따르면 전자자료 이용을 의미하는 ‘재학생 1인당 상용 데이터베이스 이용 건수’는 2013년 94.5건에서 2017년 261.7건으로 177%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자자료 구입비 지출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전체 자료구입비 중 전자자료 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3년 57.9%에서 2017년 65%로 높아졌다. 

업체는 구독료 인상을 요구하지만 대학도서관들은 예산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학교 도서관 이수상 도서관장은 “현재 대학도서관들이 외부적으로는 전자저널 구독료 인상, 내부적으로는 예산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대학도서관들은 높아진 구독료를 감당하기 위해 국내·외 단행본 및 원서의 구입을 줄이고 있다. 한국사립대학도서관협의회 최재정 회장은 “전자자료가 아닌 다른 자료의 구입 감소는 연구자의 연구와 교육에도 지장을 줘 연구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딜이 남긴 것

업체의 관행이 대학도서관에 또 다른 부담을 주고 있다. 전자저널이 등장하면서 업체와 대학도서관은 ‘빅딜계약’을 맺는다. 빅딜계약이란 수 천종의 전자학술논문을 패키지로 묶어 몇 년간 고정된 인상률을 적용해 구독하는 것을 말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돼 도입 초기 대학도서관과 출판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계약방식이었다. 대학도서관은 출판사와 계약시 구독료 인상률을 정해 전자저널 구입비의 변동을 막을 수 있었다. 또한 일일이 저널을 검토해 선별하는 업무의 부담을 덜 수 있었으며, 전자저널 특성상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 보다 많은 이용자에게 학술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한편 출판사는 다년간의 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대학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구조조정과 수년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재정기반이 약화됐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도서관의 예산을 줄이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 7월 발표한 <2013~2017년 대학도서관 자료구입비 현황(예산)>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공립대학도서관의 자료구입비가 2013년 506억 원에서 2017년 495억 원으로 2.2%(11억) 줄었다. 이로인해 대학도서관들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업체의 묶어팔기 관행으로 도서관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이 증대되고 있다. 묶어팔기 계약을 맺을 때 대학은 저널을 선택할 권한이 없다. 때문에 대학의 필요성에 따라 저널을 선택해 구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업체들이 이용률이 낮은 학술지를 끼워 팔면서 대학도서관은 예산을 낭비하게 된다. 심원식(성균관대 문헌정보학) 교수는 논문 <빅딜, 오픈액세스, 구글학술검색과 대학도서관의 전자학술정보구독>에서 빅딜계약의 경직된 계약구조를 문제점으로 짚으며 ‘결국 사용하지 않는 논문에 대해서도 계속 비용을 내야하는 불합리한 구조’라 지적했다.

학술 시장을 장악한 출판사

대학도서관들은 외국 대형 학술출판사 및 DB업체들이 제시하는 불리한 구독계약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소수의 외국 대형 학술출판사들이 전 세계 학술정보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수의 학술지를 소유하고 다른 업체와 인수합병을 하며 시장 점유를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학술지도 사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학술 출판사인 엘스비어의 경우 연매출이 3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연구자 및 학회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은 뒤, 직접 전자저널 △편집 △출판 △유통 모두 담당한다.  

이들이 유수의 학술지를 다수 소유하면서 독점 구조가 공고화된다. 곽동철(청주대 문헌정보학) 교수는 “외국 유명 학술지 논문 게재 여부가 학술논문 평가지표에 이용된다”라며 “이는 연구자의 성과 인정 및 임용·승진 등과 연관돼 있어 해당 학술지에 질 높은 논문이 몰리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질 높은 논문이 많으면 그만큼 해당 학술지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높아진다. 때문에 도서관은 해당 학술지 논문을 구독하기 위해 대형 출판사와 계약하게 되는 것이다. 

학술지 특성도 독점 구조를 강화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서지영 조사분석팀 팀장은 “학술지는 학문분야별로 전문성을 지니고 있어 다른 학술지로 대체되기 어렵다”라며 “따라서 대학도서관이 높은 구독료 인상에 대응하기 곤란한 구조다”라고 진단했다. 

반면 국내 학술정보시장에는 외국 대형 학술출판사를 배제하면 출판사들의 독과점이 없다. 연구자의 학술논문은 주로 학회 및 출판사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출간되고, DB 업체가 저작권을 가진 연구자 및 학회로부터 이용권을 얻어 해당 논문을 온라인 형태로 유료 유통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학도서관은 외국 대형 학술출판사와 계약할 수밖에 없다. 외국 전자저널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수상 관장은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은 국내 전자저널을 많이 이용하는데 반해 교수진이나 이공계 연구진들은 외국 전자저널의 이용률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외국 전자저널 구독료 비용은 전체 전자저널 비용에서 상당수을 차지하고 있다. ‘2018 부산대학교 도서관 통계연보’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전자저널 및 Web DB 자료 구입비는 40억여 원이었다. 이 중 국외 자료 구입비가 37억여 원인데 반해 국내 자료 구입비는 2억여 원에 불과하다. 

대학도서관 살 길을 모색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코자 작년 12월 각 대학도서관들은 협의체를 주축으로 구독료 인상에 대항해 보이콧을 했다. 이를 통해 엘스비어와 조건부 합의를 맺어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추후 업체가 다시 인상을 제시할 수 있어 미봉책에 불과하다.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최근 대학도서관들은 외국 학술지를 공동구매해 구독료 부담을 완화하려고 한다. 지난달 21일 지역거점국립대학 도서관장들은 공동입장문에서 ‘전자저널 구독료 증가에 따른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도서관간의 협력과 대응 등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말했다. 이수상 관장은 “전자저널 구독료 인상에 따른 대학도서관 위기는 과거부터 이어온 전 세계적 문제”라며 “외국의 경우 학회와 연구자, 대학이 모두 협력해 어려움을 극복해왔고 현재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점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거점대학 도서관장 협의회’가 출범해 연구능력이 큰 거점대학 중심으로 지역학술정보 공동인프라 ‘지역연합대학도서관’ 구축한다고 밝혔다.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물을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외국 대형 학술출판사 및 업체들이 자행하는 문제를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학술정보의 자유로운 접근과 이용이라는 뜻의 ‘오픈액세스(Open Access/OA)’는 연구자가 학술논문을 무상 공개해 누구든 자유롭게 접근함으로써 학술정보의 공유와 확산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이는 연구자가 대형 학술 출판사로부터 자신의 저작권을 수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서혜란(신라대 문헌정보학) 교수는 “오픈액세스 운동은 대학도서관의 예산 절약 및 학술정보 이용 확대 요구와도 맞아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가 오픈액세스를 시작해 현재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이관해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문헌정보학 분야 학술단체가 오픈액세스출판 선언을 하기도 했다. 

정부가 대학도서관의 가격협상을 돕고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대학 라이선스도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컨소시엄을 국가차원에서 구성해 계약을 맺고 구독료 상당부분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서지영 조사분석팀 팀장은 “대학도서관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전자저널 구독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효상, 추예은 기자  press@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효상, 추예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