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재가 확실하다” 높이 솟은 콧수염에 괴상한 시선. 겸손은 찾아볼 수 없는 작가, 바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다. 대중들은 외형처럼 독특한 그의 작품을 보고 당혹감을 느낀다. 광기에 가까운 달리를 이해하려면 망상에 기반한 기법과 그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주제를 알아야 한다. 현대예술의 혁명적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달리. 그를 감상해보자.

달리의 작품을 보기 전에 ‘비판적 망상증 기법(Paranoia-Critical Method)’을 이해해야 한다. 그의 그림이 괴기한 이유는 그림에 사용된 기법이 망상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의 망상은 독특하다. 달리는 순수한 무의식적 망상으로 작품이 완성될 수 없다며 자신의 기법을 단순한 환각(hallucination)과 구별했다. 그는 통제된 망상(Controled paranoia)이란 개념으로 자신의 기법을 설명했다. 이는 꿈 혹은 환각과 같은 현상을 수동적으로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신적 혼란을 체계화하려는 시도다. 즉 그는 생각을 능동적으로 편집해 현실과 삶이 그림에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망상에서 비롯된 작품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달리는 자신의 예술적 망상을 편집하고자 사물과 관념을 무의식의 극단으로 밀고 나간다. 이는 작품에서 다중이미지와 *오브제로 구현된다.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자, 말, 사자>에서 다중이미지를 엿볼 수 있다. 그림에서 여자의 형상은 말의 모습과 겹쳐서 보인다. 또한 말의 꼬리는 사자(죽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는 달리의 억압된 성적 욕망과 심리 상태가 나타난 것이다. 작가는 능동적인 망상으로 수많은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욕망이 망상을 거쳐 비이성적인 모습으로 조직화되는 것이다. 이로써 달리의 그림은 현실을 초월하고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전한다.

성적 공포는 달리 작품의 주요한 주제다. 이는 달리가 지그문트 프로이트(Freud)의 <꿈의 해석>에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에서 주장한 이드(ID)는 인간의 본능으로 이성이 아닌 충동적인 쾌락의 영역을 말한다. 이드는 자아(EGO)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부모나 사회로부터 억압받는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어릴 적부터 성적 고뇌에 차 있던 달리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달리는 성적 욕구에 대한 억압을 공포로 표현했고, 이는 △배변 △피 △부패한 사채 등 다양한 오브제로 그림에서 발견된다.

1950년대 달리의 후기 작품에서는 원자의 형태로 분해된 형체가 자주 발견된다. 원자폭탄 발명 이후 달리가 핵물리학과 분자생물학 등 미립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그림에 영향을 미친다. <천구의 갈라테아>는 비판적 망상증 기법에 소립자적 사고가 더해져 구의 집합으로 한 여인을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초현실주의에 그치지 않고 고전주의까지 확장된다. 달리는 예수와 십자가 등 고전주의에서 주로 다뤄진 종교 주제로 그림을 그릴 때도 비판적 망상증 기법을 사용했다. 달리는 자서전에 ‘초현실주의를 현실에 융합하기 위해 나의 상상력은 고전주의로 회귀해야만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의 한 논문은 달리에 대해 ‘꿈과 망상을 예술적으로 승화해 무의식 세계로의 접근을 새롭게 제시한 작가’로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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