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영 과학칼럼리스트
‘천재소년’으로 유명했던 송유근(21) 씨가 지난달 박사학위를 받지 못하고 오는 12월 현역병으로 입대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일주일쯤 뒤에는 유효정(22) 씨가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캠퍼스에서 국내 최연소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송 씨와 유 씨 모두 평범한 학위과정을 밟은 것은 아니었다. 
 
송 씨는 6살 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대학 수준의 미적분 문제를 풀었다. 중ㆍ고교과정은 검정고시로 마치고 8살에 인하대학교에 입학했으나 자퇴 후 독학사로 학사학위(전자계산학)를 받았다. 이어 UST 한국천문연구원 석ㆍ박사통합과정에 입학했다. 
 
2017년 6월 송 씨는 영국의 천체물리학 저널 <APJ>에 논문을 실어 논문심사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블랙홀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 발표에서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해 논문심사에서 불합격 처리됐다.
 
반면 유 씨는 초등학교까지는 또래처럼 졸업하고 1년 6개월 만에 독학으로 중학교 검정고시, 1년 만에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각각 합격했다. 그리고 만 2년이 되기도 전인 2011년 2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학점 은행제를 통해 전자계산학으로 학사학위를 마쳤다. 초등학교 졸업 후 학사학위를 받기까지 4년이 조금 넘는 기간이 걸린 셈이다.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송 씨와 유 씨처럼 어린 나이에 학사 혹은 석ㆍ박사 학위를 마치는 것이 과연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능을 가진 천재라 불릴 만 한 것일까?사실 유 씨처럼 검정고시와 학점제 은행 과정을 밟는다면 상당수 사람들이 스무 살 이전에 학사학위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석ㆍ박사 과정을 남들보다 ‘빨리’ 마친다고 하여 그 학위논문이 장기간에 걸쳐 학위를 마친 사람의 논문보다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수한 연구자의 조건은 얼마나 빨리 박사학위를 받았는가에만 있지는 않다. 학부에서는 시험에 나올 지식을 외우면 사회가 원하는 인재로 대접받는다. 반면 대학원에서는 독창적인 실험을 설계하거나 평범해 보이는 결과를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높이 평가된다.
지식을 많이 암기할 수 있는 사람은 기억력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지식의 방대함만으로 쓰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파일의 확장자가 txt인 파일은 아무리 많은 지식을 담아도 의미가 없다. 왜일까? txt 파일은 콘텐츠가 늘어봤자 컴퓨터의 용량만 차지한다. 그래서 필요한 콘텐츠를 찾으려면 파일을 열어 ‘ctrl + F’키를 눌러 찾기를 해야 한다. 
 
반면 확장자가 exe인 파일은 어떤가?용량이 적어도 자신이 담고 있는 정보를 활용해 뭔가 프로그램을 실행시킨다. 자기 안에 내제된 프로그램에 따라 무엇인가를 실행해야할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지식을 암기해 기억하고 있어도 이를 활용할 쓰임을 찾지 못한다면 txt파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는 지식은 적어도 주변 상황에 응용할 수 있다면 그 지식의 활용도는 높다.
 
실행 파일인 exe 같은 사람이 많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우수한 연구자는 단순히 학위를 빨리 마친 사람이 아니다. 진정한 영재 혹은 천재라면 확장자 txt가 아닌 확장자 exe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가 왜 필요하며, 연구결과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인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은 대학원 과정에서 교수의 지도를 거쳐 연구과제 제안서를 손수 작성해 보고, 실험 결과를 분석한 최종보고서를 작성한다. 그 과정에서 지도교수에게 첨삭을 받는다. 또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해 전문 심사위원들과 합리적인 질의응답 과정을 경험한다. 
 
이를 통해 자생력 갖춘 연구자이자 학자로 성장한다. 학부 과정에서는 시험에 나올 문제의 답을 외우는 것이 성적 우수자였고, 그 능력이 뛰어나면 영재 혹은 천재라 불렸다. 하지만 성적 우수자와 뛰어난 연구자는 다른 차원이다. 과학은 지식을 암기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그만큼 기존의 지식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사고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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