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 영화평론가, 성결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
여름 극장가는 흥행을 노리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관객 경쟁이 치열하다. <신과 함께-인과 연>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작품성 있는 영화 <공작>에 대한 입소문을 탄 흥행, 그리고 <목격자>는 뒤늦게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유일한 로맨스 영화라고 광고하는 <너의 결혼식> 개봉 2주차에 오히려 관객 동원이 더 잘 돼 흥행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2012년 전국에 첫사랑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건축학개론>보다 100만 관객 동원이 며칠 더 빠르니, <너의 결혼식>의 흥행은 로맨스 영화 흥행사에 새로운 기록을 쓸지도 모르겠다. <건축학개론>이 돌풍을 일으킬 당시 전람회의 90년대 노래를 사람들이 다시 찾아 듣고, 수지가 ‘국민 여동생’에서 ‘국민 첫사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국민 첫사랑’이라니... 국민인 나는 그런 첫사랑 둔 적 없는데. <너의 결혼식>은 <건축학개론>의 영광을 잇고 싶은 속내를 드러내며 ‘6년 만의 첫사랑 영화’라고 홍보한다. 그럼 <너의 결혼식>은 그때부터 얼마나 더 나아가 있나. 
 
때는 2005년 고3 여름, 전학생 승희(박보영)를 보고 첫눈에 반한 우연(김영광)은 승희를 쫓아다닌 끝에 마침내 공식 커플로 거듭나려던 때, 잘 지내라는 전화 한 통 남긴 채 그녀는 사라졌다. 우연의 첫사랑은 막을 내리는 듯했으나 승희의 흔적을 쫓아 끈질긴 노력으로 1년 뒤, 같은 대학에 합격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서로 비껴가는 타이밍 속에서 첫사랑의 인연은 13년 동안 끈질기게 이어지지만, 제목이 ‘너의 결혼식’ 아닌가. 이미 제목은 결말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나는 신부의 손을 잡고 교회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졸업>(1967)의 더스틴 호프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여쁜 미소의 소녀가 있다. 주인공은 소녀를 사랑한다. 그 소녀는 어려움에 빠진다. 그리고 홀연히 사라진다. 다시 만난 그녀에게는 이미 파트너가 있다. 진부한 플롯에다 첫사랑의 대상은 언제나 귀여운 소녀다. 어린 선남선녀의 연애를 최고의 가치로 치는 미디어 재현에서 주변부에 놓인 이들의 사랑은 중요하지 않거나, 심지어 도착적인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늙은 자, 뚱뚱한 자, 장애가 있는 자, 못생긴 자. 영화는 성공할 것이고, 또 새로운 어여쁜 국민 첫사랑을 찾아 비슷한 새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게 장르의 속성이니까. 
 
첫사랑은 미성숙할 때 만나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래서 더 아프고도 아름답다. 그 순수한 사랑의 열병을 그리는 개성적인 영화들이 많으니, 첫사랑 영화를 외면할 필요는 없다. 엉뚱한 장애 소녀를 사랑한 대학생이 나오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 소녀들의 우정을 그린 <안녕, 나의 소울 메이트>, 우연하고 특별한 첫사랑 때문에 눈물짓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같은 걸작들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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