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다. 지난주에 받은 지방선거 공보물 때문이다. 작년 대선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하는 선거라서 처음엔 설레는 맘으로 공보물을 읽어보려 했다. 하지만 작년보다 공보물은 훨씬 두꺼웠고 뽑아야할 후보 수도 많았다. 막연히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로 알았는데, 비례대표 의원을 포함하여 총 7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 심지어 구의원은 가, 나 후보까지 있었다. 그래도 투표하겠다는 마음으로 십여 명의 후보들을 찬찬히 살펴보려 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난생 처음 보는 후보일뿐더러 그들이 내세운 공약들이 왜 필요한지 몰라 막막했다. 되레 선거에 대한 관심이 더 떨어졌다. 그 공약들을 필요로 하는 유권자들이 알아서 투표해 주겠지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경험을 주위 사람에게 말해봤지만, 오히려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더 막막하다고 한다. 필자와 달리 대학에 다니기 위해 타지에서 왔기 때문이다. 아직 주소를 이전하지 않은 사람들은 주민등록지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다. 분명 실제 거주지는 부산인데 말이다. 부산 지역에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므로 지방선거를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 치부한다. 반대로 주소를 이전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부산 지역 유권자이지만, 자신의 현 지역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아무리 공보물을 읽어봐도 어떤 후보의 공약이 적절한지 판단하기란 어려웠다. 이는 필자가 겪었던 대로 자연스레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게 만든다.

한데 정말 지방선거를 등한시해도 되는 걸까. 지난 총선 때,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기숙사를 신축하고자 주소 이전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여기 살지도 않는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 부지를 왜 내줘야 하느냐’고 반대해서 기숙사 신축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그 지역의 유권자가 되어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려 했다. 8년 전 성균관대학교 수원캠퍼스에서도 기숙사생들에게 주소 이전을 권장했다. 이에 따라 기숙사생 3,800여 명이 그 지역의 유권자가 되면서, 당시 정치권은 기숙사생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이들의 편의를 위한 공약들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우리와 같은 대학생들도 투표권이 있는 지역 주민으로서 우리의 복지를 주장하고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주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선거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는 것은 각자 개인의 권리다. 단지 스스로가 이 선거에 어떤 의미를 두고 관심이 있는가를 고려해 참여 여부를 선택할 뿐이다. 만약 이번 지방선거가 본인과 관계없다면 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투표 날까지 이틀 남겨둔 지금, 이번에 투표하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최소 4년 동안 부산 청년으로서 살아가기로 정한 만큼, 모든 공약이 아니더라도 그 많은 청년 공약 앞에서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쉽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시 공보문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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