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선 부쩍 늘어난 청년 후보들이 두드러진다. 부산청년유권자행동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지역 선거 후보자 575명 중 2030 세대는 76명(13.2%)이다. 지난 6회 지방선거에서 10.8%였던 데 비해 청년 후보자의 비율이 늘어났다. <부대신문>은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부산의 청년 후보자들을 만나, 이들의 △출마 계기 △어려움 △앞으로의 포부 등을 들어봤다.

<더불어민주당 김재영(29, 서구 제2선거구) 시의원 후보>
<바른미래당 안상범(31, 동래구 다선거구)구의원 후보>
<민중당 김문노(26, 연제구 제2선거구)시의원 후보>
<자유한국당 이준호(28, 금정구 다선거구)구의원 후보>

 

 

발을 내딛은 계기

청년 후보자들은 저마다 확고한 포부를 갖고 출마했다. 이 중 전공 분야에서 영향을 받아 후보가 된 이들이 있다. 민중당 김문노(26, 연제구 제2선거구) 시의원 후보는 부산교육대학교 졸업생이다. 그는 학과 교육과정 상 자주 방문했던 학교에서 처음 문제의식을 느꼈다. 김문노 후보는 “경비원, 급식조리사, 청소노동자 등 아이들이 등·하교할 때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비정규직”이라며 “평등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차별을 먼저 가르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불합리함을 보면서 보통의 교육대학교 학생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한 반의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보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 생각해 출사표를 던졌다.  

자유한국당 이준호(28, 금정구 다선거구) 구의원 후보 역시 전공 분야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스포츠 사회학 전공자로, 사회현상에 대한 연구에 주력해왔다. 스포츠 사회학은 스포츠와 사회제도, 조직에 대해 관심을 두는 학문이다. 해당 연구를 하며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레 정치에 눈을 돌려 출마하게 된 것이다.

바른미래당 안상범(31, 동래구 다선거구) 구의원 후보의 출마 계기는 그가 몸담고 있는 법률 분야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 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우리 학교 법률상담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법률상담소 근무 중 법제처 연구 업무를 맡았다. 현역 의원들이 제정했던 지방자치단체 조례에서 상위법에 어긋나는 부분이나 행정편의주의에서 기인한 법 등을 수정하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통해 그는 시민과 맞닿아 있는 조례들에 수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안상범 후보는 “시민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하는 분들이 제 역할을 잘하지 못한다고 느꼈다”라며 “스스로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재영(29, 서구 제2선거구) 시의원 후보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방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역’을 강조하는 김재영 후보는 서구의 인구유출과 공동체 파괴 문제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 석사과정을 밟으며 노숙인, 저출산 문제 등에 대한 연구를 해온 그는 해당 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치학을 전공한 것이 정치인을 꿈꾸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대본 부산 2030 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재영 후보는 “관련 활동을 해오다 보니 의도치 않게 정치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치에서 청년의 역할

그동안 정치 영역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새로이 이 영역에 뛰어든 청년들은 대부분 ‘청년’이 정치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문노 후보는  큰 사회문제인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정치에서 청년들이 소외돼 온 점이  오랜 시간 청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이유라는 것이다. 김문노 후보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안상범 후보는 “기성세대와 청년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청년을 대변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라며 청년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준호 후보는 청년이 기존의 정치인과 다른 방식으로 사회현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성세대보다 참신하고 깨어있는 사고로 사회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지방선거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청년 후보의 얼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에게 지방선거는 서로 다르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다. 평소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김문노 후보는 지방선거를 많은 청년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민들과 다소 접점이 없는 정치인보다 후보자로서 지역민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본인의 관심 분야와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 이도 있었다. 김재영 후보는 지역민들을 만나고, 지역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역 문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주력할 수 있는 지방선거는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유권자에게 한 걸음 다가가다

그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문노 후보는 마을 주민을 직접 만나 소통하고 있다. 명함을 건네며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마한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청년 문제는 청년만 관심 가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청년인 자녀나 손자, 손녀가 있으면 누구라도 청년 문제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김문노 후보는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한다”라며 “현장에 나가면 청년 후보를 생각보다 많이 반겨주신다”라고 말했다. 가끔 자신이 선호하는 당에서는 청년 후보가 나오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청년이라는 점을 활용해 친근하게 유권자에게 다가간 후보도 있다. 자신의 출마 지역에서 자란 안상범 후보는 아들, 손자처럼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그런 그를 지역 주민들은 반겼다. 현장에 나가면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안상범 후보는 “젊으니까 자식 같다고 반겨주신다”라며 “아는 분도 많은 곳이라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자란 곳인 만큼 출마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재영 후보는 출마 지역의 특성을 공약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그의 출마 지역인 서구는 출산율이 낮고 노년층 비율은 높다. 때문에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육아 지원 △노년층을 위해 급경사 지역 엘리베이터 설치 등 유권자에게 맞는 정책을 구상해 홍보했다. 김재영 후보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선거 운동을 할 때 유권자들과 소통하며 활동하고 있다. 거리 공연 노래에 맞춰 선거 운동을 하기도 했다. 선거 유세하러 간 곳에서 악기 연주를 하고 있던 사람을 보고 준비한 노래를 껐다. 그 모습을 본 관람연주자가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즉석에서 자신의 이름을 넣어 노래를 개사해 불러준 것이다. 김재영 후보는 “유권자와 소통 하면서 활동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쉽지 않은 정치 현장

정치 현장이 항상 청년들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정당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공천한다.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청년 정치인들은 인지도가 낮아 뒷순위로 밀려나기 일쑤다. 안상범 후보는 “당규에 당선 확률이 높은 후보를 공천에서 통과시킨다는 내용이 있다고 들었다”라며 “인지도가 낮으면 출마하기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청년 정치인들은 출마 후에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한다. 중장년층에 비해 경제적 기반이 마련된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안상범 후보는 최소한의 예산인 500만 원으로 선거 준비를 시작했다. 공직선거법상 필수인 선거 사무실을 구하고, 선거 운동을 위해 최소한의 인원을 고용해야 했다. 그는 선거를 준비하는 동안 무엇을 하기 전 돈이 얼마나 필요할지부터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결국에는 당초 예산을 초과했다. 안상범 후보는 “득표율 15%가 넘으면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지만 당장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빚을 내 돈을 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년을 선거 후보자로 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재영 후보는 유세하면서 자신을 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만났다. 명함을 주면 사진을 보지 않고 바로 ‘왜 후보가 직접 다니지 않냐’라고 되물어 보는 것이다. 자신이 후보 본인임을 설명하면 ‘젊은 사람이 무슨 정치냐’라는 반응이 돌아오기도 했다. 일부 유권자들이 청년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김재영 후보는 “청년 정치인이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청년 후보가 증가했지만 청년에 대한 편견은 여전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청년’의 정치를 위해

그들은 청년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라고 있었다. 안상범 후보는 청년들이 현실에도 벅차 정치에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자신이 대학을 다닐 때보다 청년들의 취업 경쟁이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안상범 후보는 “청년이 정치에 관심 없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참여할 여유를 갖기 힘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문노 후보는 청년 정치인들이 다른 청년에게 손을 내밀어 정치로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정치인처럼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을 일방적으로 전하기 보다 그들과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제안과 같은 작은 활동으로라도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길 바랐다. 김문노 후보는 “막연히 누군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길 원하는 것보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청년이 정치인을 직업군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영 후보는 청년들이 정치인을 나이와 경제적 기반이 갖춰져야 도전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길 바랐다. 정치인도 하나의 직업으로서 도전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청년들이 출마할 때 선거 비용에 대한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재영 후보는 “일부 선거는 후원회 지원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라며 “기본 자금이 없는 청년들에게 선거 준비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결전의 날까지

김재영 후보는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진심으로 유권자들을 마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선거 유세 활동을 하며 직접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재영 후보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소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상범 후보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경제적인 여건으로 운동원을 많이 구하지 못했다. 때문에 자신이 더 많이 움직여 그 공백을 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친근하게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안상범 후보는 “유권자들이 모두 동네 어르신들이라서 앞으로 선거 운동이 걱정되진 않는다”라며 최선을 다해 선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청년을 가장 많이 만난 후보가 되고 싶다는 이도 있었다. 김문노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다양한 청년과 만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선거기간 동안 직장을 다니며 출퇴근하는 청년, 거리를 배회하는 청년 등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덕분에 그들의 상황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김문노 후보는 “청년들이 처한 상황은 다양하고 그 해결 방안도 다르다”라며 “때문에 많은 청년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의 한마디

후보들은 지금까지 청년이 정치에서 소외돼 온 상황을 바꾸고 싶어 했다. 김문노 후보는 청년들이 정치가 자신의 삶을 바꿔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권이 바뀌어도 청년의 현실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그는 청년들에게 정치가 그들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안상범 후보는 원리원칙을 지키는 정치 현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책을 통해 정치의 이론을 배워왔다.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것뿐 아니라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정치인들에게 자신이 왜 정치를 하게 됐는지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상범 후보는 “자신이 정치에 발 들였을 때 생각했던 것을 지키고 있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김재영 후보는 주변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정치인이 되고 싶어 했다. 당선 후 소통에 소홀해지는 기존 정치인과 달리 꾸준히 주민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청년 정치인들이 다른 연령대 후보에게도 밀리지 않는 전문성을 가지길 바랐다. 김재영 후보는 “청년임을 내세우기보다 자신 있는 분야로 유권자들의 표를 얻었으면 좋겠다”라며 “나이가 아닌 능력을 앞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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