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불안했다. 대학 졸업이 다가오자 취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취업을 하려면 일단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그럴려면 돈이 필요했고 알바를 하며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다 잠시 거실에 나와 휴식을 취할 때면 형은 한숨을 쉬곤 했다. 그러다 공부나 하자고 말하며 다시 방에 들어갔다. 잠깐의 휴식마저 마음을 놓고 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고대하던 시험 성적이 발표됐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다시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는 것은 형뿐만이 아니다. 혹자는 5년간 계속된 낙방을 겪으며 한두 평 남짓한 곳에서 살아간다. 다른 이는 계약직으로 일을 하며 정규직 채용을 준비한다. 온전히 공부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세대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은 포기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지만 문제는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올해 9급 국가공무원 경쟁률은 40 대 1이고 대기업 입사 경쟁률은 몇 천 대 1이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천 명을 이겨야 한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 청년 일자리가 늘었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경쟁해야 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 

다들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시도한다. 대학을 나왔으니 사무직을 원할 수도 자신의 장래희망이었을 수도 있다. 또한 그저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일 수 있다. 몇 개월마다 한 번씩은 여행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원 없이 먹어보고, 정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는 쉬는 평범한 삶 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바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조차도 이룰 수 없다. 얻기 위해서는 경쟁을 거쳐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제기됐고 정치인들은 해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해결되기는커녕 계속 나빠지기만 했다. 공감은 하는지 의문이었다. 두 해 전 대통령이었던 자는 청년 모두가 중동에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내뱉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최근에는 여러 정치인의 채용 청탁 비리까지 드러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실을 보다 못한 이들이 청년유권자행동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청년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만들어 이를 각 지역의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에게 요구한다. 이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등장했다. 계속된 실업으로 인한 불안감과 절박함이 이들을 만든 것이다. 이들은 그간의 경험 속에서 배운 것이 있었기에 정치인에게 맡기는 게 아닌 직접 나섰다. 이제는 청년이 주체자가 되겠다는 의의도 있지만 더는 청년 실업 문제를 놔둘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결성한 것이다. 

“우리는 배제가 아닌 포용을, 경쟁이 아닌 공존을 말한다”. 청년유권자행동이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밝히면서 했던 말이다. 그간 우리 세대는 서로 경쟁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배제했다. 그러나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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