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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시댁 위에 ‘나’는 며느리
  • 추예은 기자
  • 승인 2018.05.27 03:54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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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며느리>

감독 선호빈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며느라기’라는 시기가 있대. 시댁 식구한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 보통 1, 2년이면 끝나는데 사람에 따라 10년 넘게 걸리기도, 안 끝나기도 한다더라고’ 웹툰 <며느라기>의 제목처럼 한국 ‘며느리’들은 제각기 며느라기를 겪고 있다. 며느리들은 시댁 식구가 되기 위해 시댁 어른들에게 미움받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저항하는 한 며느리가 있다. 영화 <B급 며느리>는 스스로 ‘B급’ 며느리가 되기를 자처하는 ‘진영’의 반란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추석 때 안 갔어요. 완벽한 주말을 보냈죠” 진영이 활짝 웃는다. 그러나 화면이 전환되고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뜨리는 시어머니가 등장한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역할이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는 것이라 일언한다. 명절 행사는 물론이고, 시동생의 생일을 챙겨야 한다고 말할 만큼 가부장적 인식이 깊게 자리 잡은 인물이다. 반면 진영은 다르다.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며 자신만의 삶을 꾸리는 것을 중시한다. 따라서 시어머니가 자신에게 강요하는 갖은 역할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특히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시동생에게 존댓말을 쓰라는 요구에 “다 바꿔 갈아치워야 돼, 난 다 바꿀거야”라고 말한다. 이에 진영의 남편이자 실제 영화 감독인 ‘호빈’이 화해 자리를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이들은 생각차를 좁히지 못한다. 결국 진영은 이후 시댁에 발길을 끊는다. 

고부갈등은 결국 가부장제의 피해자간의 싸움이다. 가족제도의 성차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진영을 저지하는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며느리’였던 시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진영에게 ‘며느리’라는 역할을 강요하는 주체가 시어머니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성들이 성차별적 불합리함을 견디도록 강요하는 문화에서 기인한다. 시어머니는 이를 오랜 기간 내재화해 당연시 여기게 된 것이다. 따라서 자신조차 결혼제도의 피해자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와 달리 진영은 여성에게 불리한 결혼 및 가족제도에 강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관행들에 물음을 다는 그의 태도는 공고했던 가부장제에 균열을 일으킨 것이다.

영화 <B급 며느리>는 상영 당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진영과 같은 여성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는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을 방관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진영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부모님 세대는 억압적인 며느리의 의무와 역할이 당연한 삶의 무게라고 생각했던 반면, 지금의 우리 세대는 내가 꿈꾸던 삶이 이게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바뀌기까지 아직 먼 길을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진영뿐만 아니라 많은 기혼여성들이 각자가 꿈꾸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고부갈등을 여성만의 문제라고 단편적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 모두가 고부갈등의 기저에 있는 가부장제를 문제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은 집단을 위해 희생하는 며느리가 아니라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추예은 기자  miin2030@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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