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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눈동자에 씌인 색안경, 성 고정관념을 조장하다
  • 배현정 기자
  • 승인 2018.05.27 03:42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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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모아나>, <메리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일명 아동들의 ‘뽀통령’이 등장하는 <뽀롱뽀롱 뽀로로>의 분홍색 여성 등장인물 ‘루피’는 요리 같은 집안일을 좋아하며, 위기에 직면했을 때 남성 등장인물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처럼 아동들이 접하는 매체에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 성차별적 요소는 아동의 자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발달기의 아동이 양성평등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위해 아동 매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성차별 콘텐츠에 취약한 아동

아동 매체는 3~13세에 해당하는 아동의 정서 수준에 맞게 제작된다. 아동은 △동요 △만화 △동화책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하는데 이러한 아동 매체에 성차별적 요소가 등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발달기 아동의 경우 이를 지속적으로 접할 시 성별 고정관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아동은 성별에 따른 역할과 직업군 등을 구분하며 자랄 수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본부 황소연 활동가는 “성차별적 콘텐츠는 아동의 지식과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으로 기여한다”라며 “이를 자주 접한 아동은 성차별적 언행을 기억해 습관화하고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 매체에 스며든 
성별 고정관념

아동 매체에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반영된 경우가 있다. 남성의 역할은 능동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여성의 역할은 수동적으로 보여진다.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로고송에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라는 가사가 있다. 이 가사는 남성을 생계부양자로 여성을 양육자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에게 큰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에도 이런 경향이 있다. 여성 등장인물 ‘루피’는 모두에게 상냥하며 요리 등의 집안일을 좋아한다. 여성의 성격은 부드러워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여성의 역할을 한정 짓는 태도를 양산할 수 있다. 또한 루피는 가구 수리가 필요할 때 등 위기에 처하면 남성 등장인물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이는 직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은 채 남성에게 의존하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남성 캐릭터는 듬직하고 주도적으로 구성원을 이끈다.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도 성별 고정관념이 나타난다. 공주는 마녀의 악행에 저항하기보단 잠이 든 채 누군가 도와주기만을 기다린다. 잠에 빠진 공주의 모습에서 여성 등장인물은 복종적이고 수동적으로 묘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왕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여성은 위험을 극복할 수 없음을 암시하며, 이를 읽는 아동은 주체적으로 행동하면 위험에 빠질 것이라 학습하게 된다. 이에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남성 등장인물에게는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과제가 주로 주어지며 여성 등장인물에게는 ‘양보하고 화해하라’는 과제가 더 자주 주어진다”라고 전했다.

매체에서 비친 등장인물의 외모 또한 아동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만화 제작사 <월트 디즈니>(이하 디즈니) 작품의 공주는 대부분 잘록한 허리와 긴 다리에 큰 눈을 가지고 있다. 브리검영대학의 사라 코인 교수는 미취학아동 198명을 대상으로 디즈니의 공주 만화를 보는 것이 아동의 태도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여성 아동은 만화 영화를 통해 옳지 않은 미적 기준을 형성한다고 밝혀졌다. 아동에게 외모의 중요성이 계속 주입돼, 타인의 시선에 위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외모의 중요성이 끊임없이 설파되어 여자 어린이들은 여성의 외모를 둘러싼 사회적 금기와 차별을 깨트리는 것이 불행으로 다가올 것이라 느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동요 <핑크퐁 상어가족> 뮤직비디오에서 성별에 따라 몸통 색이 달리 나타난다. 엄마 상어와 할머니 상어는 분홍색 몸통이고 아빠 상어의 몸통은 파란색이다. 외모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이 캐릭터의 몸통 색에 투영된 것이다. 양성평등교육원 이현혜 교수는 “아동 매체에서 주로 여성은 분홍색 옷을 입고 돌봄 역할을 하며, 남성은 파란색을 입고 연설을 하는 모습이 보여졌다”라며 “아이들은 화면에 비친 캐릭터의 모습을 보고 성별 특성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해 이를 학습한다”라고 말했다. 

성비의 차이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만화 프로그램 <꼬마버스 타요>에선 주요 캐릭터 4명 중 1명만이 여성 등장인물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본부 황소연 활동가는 “남성 인물의 비중이 높아진다면 남녀구분 없이 함께 일을 수행하기보단 한쪽 성에 치중될 수 있다”라며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남성의 역할이라 생각해, 아동에게 활동하는 인간상을 그리라고 하면 남성인물을 그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양성평등한 
아동 매체가 되려면?

디즈니는 비현실적인 외모의 공주가 아니라 자립심과 근성의 가치를 강조한 여성 인물을 등장시킬 것이라 밝혔다. 이에 <모아나>나 <메리다와 마법의 숲>에서 여성 등장인물이 정형화된 공주의 모습이 아닌, 도전과 모험을 떠나며 적극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아동 매체는 아동의 가치관과 생각에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아동 매체 제작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양성평등교육원 이현혜 교수는 “아동 매체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성별 고정관념을 확산시키는 콘텐츠는 지양해야 한다”라며 “아이들이 건강한 인식을 가진 모습으로 자라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며 매체를 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현정 기자  feliz_ing@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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