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부터 줄곧 ‘왜 살고 있지’라고 스스로 되물었다. 하지만 해답을 찾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주어진 일을 하는 게 편했고 그러다 보면 무언가를 이룰 것 같았다. 생각의 회피는 내 목표에 대한 고민을 잊게 했고, 결국 내 십대는 안주하다 끝을 맺었다. 이십대가 된 나는 여전했다. 성인이 된 내 앞에는 전보다 더 뚜렷이 정해진 길이 있었다. 이를 정신없이 따라가기 바빴다. 그러다 문득 남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 내 삶이 끝날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스스로 삶의 이유를 집요하게 묻기 시작했다. 얻은 답은 하나였다. 나를 설레게 하고 재밌게 하는 감정 때문이었다. 나는 패션 잡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패션에 대한 글과 그림이 담긴 잡지가 매번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새로움을 나만의 차별화된 ‘글’로 전하고 싶었다. 이러한 욕심에 신문사를 지원하게 됐다.

작년 10월쯤 처음으로 편집국에서 밤을 지새웠다. 큰 인쇄기에서 다채로운 글과 일러스트 등으로 구성된 지면이 출력되고 있었다. 이때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지면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신없이 신문사 일정을 소화해 나갔다. 기자 생활을 하며 일상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소재로 기사를 작성했다. 기획 구성 단계에서 내 생각과 경험이 반영돼 기사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처음 취재를 할 때 나의 소재로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취재로 지쳐가기도 했다. 이때 따뜻한 취재원들의 말과 생각하지 못했던 의견을 듣는 것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이는 일주일의 일상 한편에 자리 잡아 신문사 생활의 원동력이 됐다. 내가 한 기획, 취재 등의 과정과 다양한 감정으로 나의 일주일이 채워졌다. 내가 작성한 기사가 곧 ‘나’였고, 때문에 내 손을 거친 기사가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정확히 바랐던 지면에 미치지는 못했다. 입사할 때부터 누구보다 글을 잘 쓰고 싶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초고는 내용이 삭제되고 추가되는 등 많은 수정을 거쳤다. 이런 과정에서 내 부족함이 드러났고 점점 막연해졌다. 마음속에 두렵고 걱정되는 감정이 뒤섞였다. 하지만 기사 작성이나 취재가 막히는 등 부족함을 느낄 때도 조금씩 노력하다 보니 결국 결과물이 완성됐다. 두렵고 막막한 감정은 결국 탈고와 함께 성취감으로 시원하게 해소됐다. 이것이 내가 신문사에 남아있는 이유다.

이 글이 지면에 실릴 때, 난 정기자가 돼 있을 것이다. 정기자가 되면 하나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글의 표현과 구성 모두 ‘내’가 완성하는 것이다. 남은 임기동안 지금 노력해 나가는 내 모습이 옳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 더 이상 주어진 것에 안주하는 태도가 아닌 내 삶을 개척해 가기 위해서이다. 두려운 경험 후에 좋은 감정이 동반되는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신문사에서 보낸 지난날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기자’가 내 인생의 큰 행운이라 생각하고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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