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부산 대학가에 일었던 예술학과 구조조정 바람이 다시 체감되는 요즘이다. 올해는 우리 대학이 음악학과와 한국음악학과의 전공 실기수업 시수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학과의 교수와 학생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의 부당함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본부와 학과의 논의를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이 졸속이었던 것은 짐작할 만하다. 해당 학과와 본부의 의사소통이 원활했다면 외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을 터다. 과연 본부가 학과의 특성과 수업 방식을 진지하게 고려해본 적이 있나 의문이다. 

대학본부는 시수만 줄어들 뿐 기존의 수업 시간과 개인지도 방식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시수 감소는 강사료로 책정된 예산의 축소를 수반한다. 강사료 삭감이라는 내막을 숨긴 채 노동법에 저촉될 위험을 교묘히 피해 가는 것이다. 본부의 방침에 따르면 해당 학과는 삭감된 예산으로 실기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반절이 된 예산으로는 현재 규모의 강사를 채용하기가 어렵다. 결국 교육 시간과 방식에 손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본부는 예술학과의 지원은 줄이되 교육의 질에 대한 책임은 학과에 전가하고 있다. 이는 학교 재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말로 포장된 명백한 구조조정 강요이다. 

예산이 삭감된다면 개인 지도 시간을 줄이거나 일대다(一對多)의 수업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양은 물론 질이 떨어질 것이 뻔하다. 음악학과 등 예술 전공 학과에서는 교수가 학생 개인을 집중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학생 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개성으로 발전시키고 기량을 최고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학생을 지도하는 경우 내실 있는 실기 수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음악학과와 한국음악학과 내 전임교원이 없는 세부전공의 경우, 줄어든 예산으로 외부 강사를 초빙하기 힘들어진다. ‘예술학과’ 학생이 ‘실기’ 수업을 받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 본부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는커녕 그들의 권리를 심각히 침해하려 하고 있다.  지원을 줄이지 않는다는 얄팍한 속임수로 예술학과 학생에게서 배움의 기회를 앗으려는 것이다. 음악학과에 대한 이번의 본부 조치는 ‘상상력과 창의력에 기반을 둔 학문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학교의 교육이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예술학과 학생들에게 일괄적이고 일방적인 교육이 행해지도록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종합대학으로서 우리 대학은 다양한 학과의 교육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가. 교육의 질 향상이 아닌 재정 효율성만 밝히는 것이 ‘대학’이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닐 것이다. 

모든 학생이 그러하듯 예술학도들 역시 대학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가기를 바랐을 터이다. 해당 분야에 조예가 깊은 교수들에게 사사하며 자신의 기량을 다져나갈 수 있다고 믿었으리라. 이러한 열정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 학교는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니며, 이것이 대학의 본래 목적이다. 일각에서는 형평성을 이유로 예술 학과들 역시 다른 학과처럼 다수 학생을 대상으로 실기 수업을 진행하라 주장하고 있다. 허나 이는 각 학과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다. 이제라도 본부는 음악학과와 한국음악학과 학생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진정을 다해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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