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투운동이 시작됐고 대학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있었다. 4개월 지난 지금,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넘어 근본적인 해결책인 성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잘못된 성 인식에서 기인한‘성범죄’

 

바른미래당 장정숙 (비례대표)의원이 교육부의 ‘학내 성범죄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13년 부터 작년 말까지, 최근 5년간 대학 내에서 적발된 성범죄가 320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3년 35건 △2014년 40건 △2015년 63건 △2016년 75건 △2017년 107건으로 매년 성범죄 적발 건수가 증가하고 있었다. 작년 107건은 2013년에서 무려 3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가해자 유형별로 보면 △교수(교원) 72건 △조교 1건 △강사 9건 △직원 24건 △학생 214건 등으로 학생 가해자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교수(교원) 순이다.

대학 내 성범죄 발생은 잘못된 성 인식에서 기인한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언행임에도 상대방이 수용할 것이라 착각해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이 성에 대해 개방적이라 생각해, 더욱 쉽게 잘못된 언행을 일삼는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최인숙 폭력예방교육부장은 “대학은 성에 대해 개방적인 공간이라 ‘이 정도 표현과 행위는 괜찮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구성원이 있을 수 있다”라며 “이러한 인식에 사로잡혀 성범죄를 범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성 인식을 갖기 위해

지속되는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내 성교육이 필요하다. 올바른 성 인식을 갖게 해 성범죄를 예방한다. 일상에서의 성차별을 인지하도록 양성평등 감수성을 기르는 것부터 성폭력 예방 교육까지 대학에서 이뤄져야 한다. 교육 대상은 일부가 아닌 모든 구성원이어야 한다. 사단법인 푸른아우성 이충민 교육팀장은 “구성원 모두가 교육에 참여할 때 조직 내에서 긍정적인 성문화가 형성된다”라며 “성범죄 문제는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부실한 성교육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력방지법)에 따라 각 대학은 의무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마련해 실시하고 여성가족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매년 여성가족부의 ‘성폭력 예방 교육실적 점검’이 발표된다. 작년 결과에 따르면 전임교원들의 성교육 참여율은 66.5%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국가기관(87.1%) △지자체(82.9%) △공직 유관단체(92.3%)보다 20% 낮은 수치다. 대학생들의 참여율은 36%에 불과했다.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성범죄 예방 교육 참여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이다. 성폭력방지법에는 대학이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이다.

성교육 내용이 부실해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대학이 단순 지식 전달에 그치고 있으며 뉴스에 보도된 사례 위주로만 가르치고 있다. 이로 인해 피교육자들이 교육 내용을 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강정일 전문상담원은 “피교육자들이 교육 자료 속 사례들을 자신의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고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있다”라며 “소소한 일상 속에서 성폭력·성차별이 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교육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강당에 피교육자들을 불러 모아 가르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단체 교육으로는 제대로 된 성범죄 예방 교육을 진행할 수 없다. 피교육자와 교육자간의 친밀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성 가치관을 얘기할 수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충민 교육팀장은 “성에 대한 인식은 밖으로 드러날 때 변화할 수 있다”라며 “이에 반해 단체 교육에서는 피교육자가 자신의 감정과 가치관을 쉽사리 표출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정부는 저조한 성범죄 예방 교육 참여율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 별 예방 교육 실적을 공시하도록 결정했다. 오는 10월부터 대학알리미에 대학별 성교육 실적이 게시된다. 그러나 교육부가 대학의 실적을 평가할 때, 교육 실시 여부만 물을 것이라고 밝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내에서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며 “각 대학이 교육을 잘 시행하도록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맞춤형 성교육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해 실질적인 성교육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피교육자마다 교육 내용을 세분화해야 한다. 성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피교육자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통해 대상에게 맞는 맞춤 성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 이는 대학생과 교수(교원)의 환경이나 관심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성범죄 예방 교육도 다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여자간호대학 이영란 교수는 “교직원들은 회사라는 조직의 상하관계 속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다르다”라며 “획일화된 성폭력·성차별 예방 교육보다는 대상자에 맞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교육 방식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단체 교육이 아닌 소규모 토론식 교육이 도입돼야 한다. 또한 대학은 일회성 교육이 아닌 지속적인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그럴 때 개인의 성 인식이 재정립되며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이충민 교육팀장은 “외부 강사가 일회성으로 집단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라며 “소규모로 그룹을 만들어 토론을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대학 구성원들의 성 인식 수준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교육 과목을 교양과목으로 필수 이수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강정일 전문상담원은 “대학 내에서 교양과목으로 페미니즘, 성 인권 교육이 개설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6일 우리 학교 여성연구소도 이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계속되는 학내 성폭력 문제에 입장문을 발표한 것이다. 여기서 이들은 성 평등 교육 교과목을 교양필수로 지정하라고 대학본부에 요구했다.「<부대신문> 제1560호(2018년 4월 9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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