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대학가 축제의 계절이며, 이에 맞추어 대학가 축제 행사에 관한 언론 보도가 잇따른다.

예컨대, 어느새 대학가 축제에 아이돌 가수들이 반드시 초대되는 현상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게 있어 왔다. 해마다 선호되는 아이돌 가수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올해는 트와이스와 워너원, 청하 등이 섭외 상위 목록에 언급되었다. 올해에도 대학마다 축제일과 축제에 출연하는 아이돌 가수 리스트가 매체에 돌기도 했다. 이런 리스트가 작성되어 도는 이유는 각 대학 축제에 방문을 외부인들도 너나 할 것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그것을 일부러 대학 측이 유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축제의 분위기가 고조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이돌을 쫓는 팬들의 집단적인 행동이 지적되기도 한다. 특히 대포 카메라를 들고 미리 축제장을 선점해서 재학생들과 마찰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또 문제는 이런 외부인들은 대학이나 축제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아이돌의 공연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많은 빈자리는 순간적으로 공허감을 일게 한다. 이는 공연 매너라고도 할 수가 없다. 이런 행태에 대해서 비판을 가할 수도 있는데, 한쪽에서는 자신들이 낸 등록금으로 섭외한 아이돌을 외부인들에게 이렇게 공유되는 것이 타당한지 비판적으로 묻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그런 팬들의 행태 이전에 대학가 축제의 성격에 대해서 다시금 되짚지 않을 수가 없다.

대학가 축제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빠지고서는 성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대학의 순위가 어떤 아이돌이 출연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도 있다. 한참 잘 나가는 아이돌을 섭외할수록 학교 위상이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학교의 위상과는 관계없이 돈을 얼마나 지불했는가에 좌우되는 것이다. 인기 아이돌의 섭외 능력이 학생회 집행부의 능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여기에서 대학생다운 축제 기획이 필요하다고 새삼 말할 필요는 없겠다. 이미 대학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대중 팬심과 대학생 팬심이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80년대의 대동제나 대학가요제 수준의 창작가요 축제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어차피 대중문화를 수용하여 그것에 바탕을 둘 수밖에 없다면, 기획력과 하이 컨셉이 필요하다. 예컨대 최고 인기도에 따라 섭외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 뮤지션이나 장르별 특색을 갖춘 공연 기획이 필요한 것이다. 각 대학이 스스로 사회적인 가치와 공공성이 뛰어난 뮤지션을 선발하고 그들을 초청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여성이나 소수자 혐오를 일삼는 뮤지션에 대한 문화적 저항도 대학가 축제에 필요한 실정이다. 정체성 한편으로 대학마다 필요한 다양한 공연이 모색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일 것이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수많은 행사장의 하나에 불과한 만큼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의미와 가치가 있는 권위의 대학 축제에 초청된 아이돌 가수들은 그 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또한 팬들도 무조건 자신들만의 욕망을 충족하지 않을 것이다. 개념 연예인이나 스타들이 증가하고 있고, 그것이 마케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팬클럽 활동이 갈수록 공공성을 지니고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당연히 대학은 그러한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가치를 통해서 아이돌을 포함한 대중스타들을 불러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돈으로만 섭외하는 배금(拜金)주의 풍토와는 다른 대학가의 문화적 정체성이자 저항이어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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