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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 뒤에 숨은 폭력 방치가 답은 아니다

“여명, 공대에 붙이는 거 보이기만 하면 몽키 스패너로 4-7번 척추 신나게 두드려줌”

국제관에 붙은 미투 대자보가 미승인 게시물이므로 제거하겠다는 글이 마이피누에 올라오자 학생들 사이에 찬반을 둘러싸고 댓글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붙은 댓글이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 대자보는 학내 페미니즘 동아리인 여명이 작성한 것이 아니었지만 글쓴이는 여명을 지목하며 글(글제목: 여명 학우님, 장소는 좀 가려서 합시다들)을 올렸기 때문에 댓글을 단 학생도 여명을 겨냥해 테러를 예고한 것이다.

4월 30일자 본보 보도와 같이, 미투 대자보에 대한 훼손 문제가 심각하다. “이 미투 대자보는 관리자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훼손을 금한다”는 인문대 학생회의 경고문은 몇 시간 만에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해 성평등 교육을 강화하라는 여성연구소의 입장문은 ‘혐오조장 메갈 OUT, 군대 가자’ 등의 글자로 훼손되었다. 대자보를 발 깔개로 쓰겠다는 마이피누 게시글을 실천한 것인지, 비정규교수노조의 입장문도 게시 직후 무참히 짓밟힌 채 발견되었다. 특히 마이피누는 미투 대자보에 대한 찬반토론의 전장이 되고 있다. 논쟁 가운데는 ‘자신이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자기 학과 학생들이 모두 대자보훼손으로 고소당했으면 좋겠다’는 댓글도 있었다.

2011년 7월에 개설되어 역사가 짧은 데도 많은 학생들이 마이피누를 이용하는 것은 어떤 개인정보도 입력하지 않고 가입할 수 있는 익명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 비밀선거가 선거의 4원칙 중 하나이듯, 익명성은 의사표현에 의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행위자를 보호하는 장치이며 권리다. 대자보를 승인과 허가의 틀 안에 가두지 말아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누군가에게는 미투 운동이 불편할 수도 있다. 대학 내 미투 운동이 성평등과 인권을 보장해 교육환경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찬성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듣기 싫다고 말할 자유도 권리도 있다. 

그러나 그 의사표현이 폭력을 동반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근거도 없이 평소 반감을 품고 있던 동아리의 이름을 적시하고 폭행을 예고하는 것이 의사표현의 자유는 아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비웃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혐오발언을 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는 아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도 아니고 부산대학교 구성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용기를 내어 성추행의 아픔에 관해 말한 사람들에 대한 이차 가해와 테러 예고가 횡행되는 상황이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 몽키 스패너로 가격당해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할 것인가?대학 당국은 더 이상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므로 개입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말로 일관하지 말고 즉각 마이피누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하라. 지금도 이미 많이 늦었다.

부대신문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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