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에게 바라는 가장 본질적인 사랑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찾아 나선 한 심리학자가 있다. 바로 해리 할로(1905-1981)다. 그의 아버지는 실패한 발명가였고, 그의 어머니는 완고한 성격을 지닌 분이었다. 다소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유년기를 보낸 할로는 언어장애를 지녀 대인기피증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위스콘신대에 교수로 임용된다. 이곳에서 대학원생이던 클라라 미어스와 결혼했다. 클라라는 학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유아와 가사에 매달렸지만 연구에 몰두해 주말에도 실험실로 출근하고 매일 늦게 퇴근하는 할로에게 불만이 깊었다. 

아내는 할로가 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놀아주길 기대했지만 그는 연구에만 몰두한 채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 아내와 이혼해 두 아들까지 곁을 떠난 할로는 점차 고립적인 삶을 이어갔다. 교수회의에 참여하는 시간이 줄었고, 혼자 술 마시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얼마 뒤 마음의 안정을 찾은 그는 영장류 지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어느 날 태어난 지 두어 시간 만에 어미에게서 떼어진 원숭이 여섯 마리가 실험실로 보내졌다. 할로와 그의 연구진은 실험용 동물에게 이름을 붙여줬는데, 가장 나이가 많은 녀석은 몹시 시끄럽고 사람에게 잘 엉겨서 맷돌이라는 의미의 밀스톤(Millstone)으로 이름 지었다.  

나머지 다섯 마리도 ‘스톤’을 돌림자로 써서 △그라인드스톤(Grindstone) △라인스톤(Rhinestone) △로드스톤(Loadstone) △브림스톤(Brimstone) △어스스톤(Earthstone)으로 불렀다. 연구자들은 원숭이 우리 안쪽에 천으로 된 기저귀를 깔아주었다. 바닥을 부드럽고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스톤 형제들이 모두 필사적으로 이 기저귀에 달라붙었다. 다른 원숭이들도 맹렬한 기세로 천 기저귀를 품에 껴안았으며, 이 천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기도 했다. 누군가 이 천을 집어 올리려고 하면 원숭이들은 필사적으로 뺏기지 않으려 저항했다. 

연구진들은 사람의 아기도 침대에 혼자 남겨지면 특정한 이불이나 베개, 인형에 집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연 바닥에 깔아둔 천이 원숭이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할로는 두툼한 천, 철사처럼 단단한 물건을 비교해 보는 실험을 생각했다. 그래서 2개의 우리 안으로 원숭이를 옮겼다. 한 우리에는 철사로 된 가짜 어미를, 다른 우리에는 부드러운 천으로 덮인 어미를 넣었다. 

진짜 어미로부터 격리될 때 심하게 울면서 좌절을 경험한 아기 원숭이는 며칠이 지나자 부드러운 천으로 된 가짜 어미에게 애정을 느꼈다. 천으로 덮인 부드러운 어미에게 매달리고 얼굴을 부비고, 살짝 깨물기도 하며 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배가 고프면 철사 어미에게만 있는 우유병을 빨고는 금세 다시 돌아왔다. 할로는 이 실험을 통해 사랑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킨십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이 실험은 자녀에게 따뜻한 옷을 입히고 배부르게 먹이며 잠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사랑의 본질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본능적인 욕구 이외에 인간적인 따뜻함이나 편안함 같은 스킨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과거 아이는 아이방에서 따로 재워야 하고 식사시간에 맞춰 우유를 주는 엄격한 방식이 지배적이었다. 울음을 터트린다고 아이를 안아주면 우는 행동이 강화돼 아이는 점차 더 울게 되므로 나약한 아이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던 시절이다. 그런데 할로는 부모가 아이의 생존에 필요한 것만을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부모의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갑자기 무섭게 짖어 대는 장난감을 원숭이 우리에 넣어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자 아기 원숭이는 천으로 된 엄마에게 달려가 위안을 얻으려 했다. 비록 천으로 덮인 엄마 원숭이 인형이 말을 하거나 애정 표현을 하지 않지만 그 인형에 애착을 느낀 아기 원숭이에게 얼마나 정신적 힘이 되는지를 보여줬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대학생이 된 자녀가 부모님께 사랑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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