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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서 눈돌려 ‘나’를 찾다
  • 추예은 기자
  • 승인 2018.05.06 04:31
  • 호수 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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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지상파 여성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고 아침뉴스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뉴스 방송에서 남성은 안경을 쓰고 등장하기도 했지만 여성의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나운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관행에 물음표를 던지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여성들에게서 정형화된 아름다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탈코르셋’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코르셋을 벗는 여성들

탈코르셋 운동은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인식과 태도에서 비롯된다. ‘자기 몸 긍정주의’란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몸 그대로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외적 아름다움이 아닌 내면에 집중해 심리적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자기 몸 긍정주의는 다양한 외적인 모습을 인정할 수 있게 한다. 모델 계를 예로 들면, 다양한 신체 사이즈를 긍정하는 ‘플러스 모델’과 다양한 인종의 모델이 이를 보여준다.

탈코르셋 운동이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강요받는 일명 ‘코르셋’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코르셋은 주로 미용의 형태로 요구돼왔는데, 이를 ‘꾸밈노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권상희 문화평론가는 “탈코르셋 운동이란 여성을 옭아매는 외적 규제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적극적인 여성해방 운동”이라며 “외모지상주의가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생겨난 반작용이다”라고 말했다. 

탈코르셋 운동은 민낯의 얼굴이나 부서진 화장품을 찍은 사진에 #탈코르셋 #탈코르셋인증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인증하는 방식으로 퍼져나가기도 했다. 특히 10·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되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나씩 내려놓다

탈코르셋 운동은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일상에서 탈코르셋 운동은 △파운데이션 프리 △브라렛 △삭발, 반삭, 숏컷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여성들이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여성다움’을 강요받아왔음을 보여준다. 권상희 문화평론가는 “화장이나 브래지어 착용 등의 불편함이 일상화돼 여성들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라며 “이러한 불편함의 기준은 가부장제에 의해 만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는 과거부터 ‘여성에게 화장은 필수’라는 인식이 있었다. 성별에 상관없이 화장을 즐기지만, 여성에게는 화장이 의무로 부여됐다. 개성 표현 등을 이유로 화장을 하는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 시선을 고려해 화장하는 여성도 있다. 이들에게 화장은 일종의 ‘꾸밈노동’이 될 수 있다. 최근 여성들은 피부 화장인 파운데이션은 물론, 다른 색조화장까지 생략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프리’ 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화장을 하지 않거나 복잡한 화장단계를 간소화해 피부건강과 시간절약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파운데이션 프리 운동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활발히 전개됐다.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민낯사진을 개인 SNS에 올리는 ‘노 메이크업 무브먼트(no make up movement)’가 일어났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유명 가수 알리샤 키스는 얼굴의 잡티를 가리지 않은 민낯으로 화보 촬영을 하거나 시상식에 참석했다.

현대의 코르셋이라 불리는 브래지어의 착용 또한 여성에게 당연시돼왔다. 과거 코르셋이 여성들의 허리를 가학적으로 조여 소화기관에 문제를 일으켰던 것과 같이, 브래지어도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가슴부근을 압박하면서 생활의 불편함을 초래할 뿐 아니라 혈액순환을 방해하거나 소화불량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브래지어 착용을 거부하는 여성들도 있지만, 아직 곱지않은 시선이 있어 대중적으로 일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대안으로 ‘브라렛(bralette)’이 등장했다. 기존 브래지어와 달리 와이어가 없어 압박이 덜해 편안한 착용감이 장점이다. 개인의 편안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시선도 적당히 고려할 수 있어 이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성의 상징으로 긴 머리카락이 있다. 긴 머리카락의 여성에게 연약함이나 청순함 등의 이미지가 부여되기도 한다. 이러한 편견에 반하기 위해 여성들은 짧은 머리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짧은 머리 모양이 처음 시도된 것은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다. 당시 신여성들은 주로 짧은 머리 모양을 선택했다. 이는 전통사회의 가부장적 체제에 반발하며 여권을 신장시키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했기 때문이다. 1922년 6월 22일 <동아일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요사이 경성시내에 캡 모자를 쓴 후 이곳저곳을 도라다닌다 하야 일반사회에서는 이야기의 꼿이 피게 되었다.…자긔의 무슨 주의와 무슨 리상을 위하야 머리를 깍근 것이라 한다’ 현대에도 각종 미디어 혹은 일상 속에서 이러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에서 삭발한 여성 주인공 ‘임페라토르 퓨리오사’가 등장한다. 삭발 머리의 주인공은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강인한 여성을 표현했다.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탈코르셋 운동은 사회의 강요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에 목적을 둔다. 가부장적 사회는 여성들에게 고정된 이미지를 부여했다. 이를 통해, 흔히 여성은 순종적이고 주체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성역할 고착화를 조장했다. 오랜 시간 여성에게 ‘여자답게’라는 말로 아름다움을 요구한 것이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보급됐다. 미디어는 미의 기준을 제시하며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 해왔다. 특히 광고에서는 여성 모델의 관능과 우아함 또는 순수함을 내세워 여성의 이미지를 단시간에 각인시킨다. 이는 여성을 아름답다고 인정받아야 하는 위치로 전락시켜 남성의 젠더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이에 매체의 영향력이 더해져 대중에게 전달돼 젠더권력이 재생산된다. 권상희 문화평론가는 “미디어는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부추기는 역할도 해왔다”라며 “탈코르셋 운동은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외모지상주의에 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열 아닌 ‘자유’

탈코르셋 운동은 신체자기결정권에서 기인한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거나 아름다움 자체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상희 문화평론가는 “타인의 시선, 특히 남성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가능한 여성운동”이라며 “여성다움이 아닌 진정한 나다움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게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탈코르셋 운동이 ‘역코르셋’으로 변질 될 수있다는 우려가 있다. 역코르셋은 코르셋에 해당하는 특정 모습을 규정해 그 잣대로만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즉,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무시하고 탈코르셋이라는 프레임에 모든 여성을 가둘 때 역 코르셋이 발생한다. 역코르셋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해야한다. 하나의 프레임으로 여성들을 재단하지 않고 다양한 외면을 인정해야 한다. 권상희 문화평론가는 “탈코르셋 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의 외모에 대한 자유로운 결정권을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추예은 기자  miin2030@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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