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활동하는 음악인을 알리기 위해 볼펜을 바삐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뷰직페이퍼> 김혜린 편집장이다. 그녀는 부산 음악이 숨 쉬는 하루를 저장하기 위해 <뷰직페이퍼>를 발행하고 있다. 부산과 음악(Music)이 합쳐진 <뷰직페이퍼>가 전하는 부산 음악은 무엇일까?

△ <뷰직페이퍼>가 지역의 음악을 담는 유일한 잡지로 아는데요. 잡지를 발행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중·고등학생 때 ‘신해철의 FM 음악도시’를 들으면서, 인디 음악을 좋아하게 됐어요. 부산 음악은 대중 음악보다는 인디 음악에 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부산 음악인들은 대부분 음반의 △제작 △유통 △홍보 등을 스스로의 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저는 직접 인디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부산에서 공연기획을 시작했어요.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부산 공연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부산 음악에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선 매개체를 통해 소비자와 가수가 연결돼야 해요. 그래서 정보가 유통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제가 먼저 시작하게 됐어요.

△ <뷰직페이퍼>는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와 가수의 매개체 역할을 해왔나요?

좋은 건 숨어 있으면 안 되고,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홍보’에 초점을 두었어요. <뷰직페이퍼>는 주로 공연 홍보와 소개 인터뷰, 필진 기고 글을 실어왔어요. 기고 글을 기획한 이유는 부산 음악인들이 음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그들의 글이 가치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기고 글을 통해 지역에서 음악과 관련된 저자를 발굴하고자 했죠. 음악과 관련된 필진들의 얘기를 싣다 보니, 점차 고정란의 기틀이 구성되기 시작했어요. 필진들이 하고 싶은 고정란이나 매체들이 있으면 바로 만들어 왔던 거죠. 고정란 중 ‘뷰직차트’는 <뷰직페이퍼> 이종현 부편집장이 강력하게 주장해서 만들었어요. 독자들이 부산 음악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 음악순위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더라고요. ‘뷰직차트’는 가수들의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독자의 음악 선별을 도와주고 재미를 위한 것이에요.

△ 김혜린 편집장님이 생각하는 부산 음악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누가 찾아주길 하나, 들어주길 하나. ‘끈기’있게 하는 부산의 음악가들 자체가 가치라고 생각해요. 부산 음악은 선배들이 활동하던 80년대 중후반부터 약 30년 정도의 역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중 절반 이상의 세월을 경험한 친구들이 지금 제 곁에 있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죠. 그들이 있기에 ‘부산 음악의 씬’이 만들어지고, 부산 음악이라는 단어가 성립되는 거죠. 서울은 서울 음악이라 할 수 없지만, 부산은 지역을 구분해서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과거부터 꾸준히 활동해오며, 그들만의 ‘문화의 장’을 만들어온 것이 부산 음악의 특별함이자 기회라고 생각해요.

△ 꾸준한 활동에도 부산의 음악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부산 음악인 대부분이 본업과 별개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생업에 매진하다 보면 음악 활동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홍보를 못 하는 것도 생업과 음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점이 부산 음악의 서글픈 현실이에요. 그래서 전 부산 음악인을 위해 부산의 음악인이 직업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데 기꺼이 지불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일부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공연 보는 걸 망설여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들에게 ‘제발 돈 좀 내고 보자!’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 ‘페어’를 기획하고 있어요. ‘페어’는 지역 음악 사고팔 수 있는 거점을 만드는 거죠. 이러한 노력이 소비자들의 ‘적정한 페이’로 이어진다면, 음악의 질도 음악인의 삶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요.   

△ 이러한 부산 음악을 전달하는 매체로 ‘종이’를 택하신 이유가 궁금한데요.

음악 자체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아 이를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했어요. 평소 글 쓰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많은 사람에게 접근할 수단으로 글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에게 부산음악의 실체를 손에 잡히는 물체로 느끼게 하고 싶어 ‘잡지’ 매체를 택하게 된 거죠. 

부산 음악을 ‘기록’하는 데에 종이 매체가 가장 효과적이에요. 저는 90년대 후반부터 2010년까지 부산 음악의 분위기를 모두 기억해요. 하지만 과거가 기록되지 않아 누군가에겐 잊혀져 왔던 거죠. 그래서 제가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라도 이를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소리를 글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나요?

음악은 라이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뷰직라이브’ 공연을 진행해왔고, 올해도 3번의 공연을 계획하는 중이에요. 부산 음악인들을 찾아내 ‘이런 팀의 음악은 꼭 듣고, 이들의 활동을 지켜 봐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섭외해요. 음악과 토크를 병행하면서 자신을 알릴 기회가 생기는 거죠. 뷰직라이브 외에도 ‘뷰직캐스트’를 운영해요. 부산에서 활동하는 ‘언체인드’ 밴드 김광일 씨가 <뷰직페이퍼>의 필진인데, 직접 팟캐스트를 기획했어요. 팟캐스트는 소리를 전달할 수 없는 글과 자주 진행할 수 없는 라이브 공연 두 매체를 보완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 올해 1월에 발행을 중단했다고 들었는데요. 발행에 차질을 빚은 이유가 있나요?

사실 돈이 개입되면 모든 게 힘들어져요. 필진 섭외는 어떻게든 해낼 수 있어요. 하지만 종이 매체이다 보니 인쇄비가 없으면 발행할 수 없어요. 모든 지원비가 일 년 단위로 끊기기 때문에 연말 초에는 활동이 멈추는 상황이 돼요. 발행을 오래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애초 3년 활동을 목표로 두었어요. 지금은 무사히 견디고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시작할 당시에는 3년 뒤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어요. 올해는 ‘책임감과 무게감을 덜고 내가 하고 싶고, 재밌는 걸  하련다’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 어려운 상황에도 발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신념은 무엇인가요?

3년 차 까지 부산 음악을 알려야겠다는 책임감으로 포기하지 않았어요. 부산 사람들 외에도 부산 음악을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했어요. 부산은 서울에 비해 인구 규모나 크기가 너무 작은 도시잖아요. 그래서 ‘부산의 문화구조라도 서울과 비슷한 규모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 저의 신념이었죠. 지역권에 있는 사람들도 수도권의 사람들과 똑같이 문화를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전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열정이 있었고, 현재의 일들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 남은 발행 기간 동안 ‘뷰직페이퍼’가 보여줄 색다른 모습이 기대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부산에서 음악 하는 팀은 대략 100팀 정도에요. 그 친구들 중에서 필진을 찾아, 새로운 시선이 담긴 글을 실어보고 싶어요. 예상치 못한 다방면의 시각이 흥미로운 컨텐츠를 만들어 낼 것이다라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까지는 제가 좋아하고, 필진들이 좋아했던 것이 선정기준이었어요. 예를 들면, 힙합장르 같은 경우는, 제가 그들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해서 다루기가 힘들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서 <뷰직페이퍼>가 다루는 분야를 넓혀나갈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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