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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과 지방, 나눔으로 행복해질 수 있나
  • 백지호 기자
  • 승인 2018.04.29 06:23
  • 호수 1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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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다. 지난달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됐고, 지방분권이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이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오래전부터 지방분권을 요구했었다. 그러다 최근 국정농단 사건이 일어나면서 해당 사건이 중앙에 편중된 권력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자치와 분권이야말로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정신’이라고 말하며 중앙에 치우친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방분권, 지역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길

지방분권은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이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거쳐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그 지역에 관한 정책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자체는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로 나뉘는데, 광역지자체는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를 말한다. 기초지자체는 △시 △군 △구를 의미한다. 이 구분은 <지방자치법> 제2조에 규정돼 있다.

권한을 나눠야 중앙도 살고 지방도 살고

중앙권력에서 과하게 편중돼 파생된 문제는 지방분권으로 개선할 수 있다. 정부 부패의 원인으로 지적받는 권력집중 문제가 중앙정부와 대통령의 권한을 지자체와 지자체 단체장들에게 나누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남철 교수는 “권력이 독점되면 잘못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정부가 여실히 보여줬다”라며 “국회와 정부의 권력 구조 개편뿐만 아니라 지방분권도 권력 독점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지방분권은 수도권 집중화로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을 감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정 지역에 편중된 인구와 산업은 △생활비의 상승 △주택난 △환경오염 등 사회문제를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는 생산가능인구와 일자리 감소로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지역 주민들은 수도권에 치우친 사회·문화적 기반시설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사회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지역주민의 실정에 맞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가 주민과 밀접해,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자원을 활용하는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자체가 지역주민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중앙의 권한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이재원(부경대 행정학) 교수는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의 특색과 지역주민의 실정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며 “정부가 모든 국민에 대해 표준적인 공공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동시에 비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불평등한 정부와 지자체

대부분의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재정상태가 열악하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 대 2로, 지자체들이 재정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실제 재정을 사용하는 비율은 정부와 지방이 4 대 6으로, 지방정부가 재원을 더 많이 사용한다. 중앙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교부세 및 국고보조금을 지원하지만, 재원 사용의 범위를 제한한다.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이해남 사무처장은 “재원 활용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간섭과 통제를 하는 것” 이라며 “지역주민의 희망 사항이 있어도 지방정부는 충분한 재원이 없어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지자체에 맡겨진 행정사무 역시 지방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지자체의 사무는 △자치사무 △단체위임사무 △기관위임사무로 나뉜다. 자치사무는 지자체 또는 지역주민의 복지를 위해 처리되는 사무다. 단체위임사무 및 기관위임사무는 △국가 △상급자치단체 △타 지자체로부터 넘겨받는 사무로, 업무를 받은 지자체의 재원으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 상태는 더욱 열악해진다. 

미리 보는 지방분권, 대통령개헌안

지난달 22일 <대통령 개헌안>(이하 개헌안)이 발표됐고, 이는 기존 헌법 조항이 수정되거나 지방분권과 관련된 헌법 조항이 신설된 내용이었다. 이번 개헌안 속 지방분권의 주요 골자는 중앙집권적 체제에 따라 과도하게 치우친 권력과 자본을 지방과 나누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해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분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 헌법의 지방자치 관련 조항은 2개 조, 4개 항으로 구성됐으나, 개헌안에는 7개 조와 18개의 항으로 증가했다. 개헌안의 제1조 3항에는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대신에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해 지자체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을 만들면서 지역 주민이 지방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자치행정권을 강화하려는 조치도 있었다. 개헌안의 ‘국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 간 사무의 배분은 주민에게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소단위, 즉 지자체에 행정처리 등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보충성의 원리’에 입각해 만들어 졌다. ‘보충성의 원리’는 우리나라 헌법의 기본원리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개헌안에 명시하게 된 것이다. 
자치입법권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정된 조항도 있었다. 개헌안 제123조 1항은 ‘지방의회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주민의 자치와 복리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이다. 이는 기존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규정에서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로 조례 제정 범위를 확대해 지자체에 입법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다.
개헌안에는 지자체가 겪고 있는 행정사무의 고충을 덜어주려는 조항도 있었다. 제124조 1항에는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가 위임한 사무를 집행하는 경우 그 비용은 위임하는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가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이 추가된 목적은 사무가 위임될 경우, 적정한 재정조정을 법률에 의해 시행하도록 한 것이다. 헌법에 내용을 추가해 법률에 따라 적극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중앙과 지방 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국가자치분권회의’가 도입됐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지난 3월 개헌안 발표 자리에서 ‘국가자치분권회의는 국무회의와 같은 위상’이라며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라고 밝혔다. 국무회의의 의장은 대통령이, 부의장은 국무총리가 맡는다.

방향은 좋으나, 일부 아쉬워

개헌안에 지방분권의 의지를 표현한 것에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주요 쟁점은 자치입법권과 관련된 내용이다. 기존에 ‘연방 국가 수준의 개헌’을 표방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는 달리 개헌안에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를 명시하면서 중앙정부의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조항을 남겨 놓았다. 이에 이해남 사무처장은 “지방분권의 핵심은 자치입법권”이라며 “정부는 지자체의 입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입법권을 허용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남철 교수는 “법률과 조례는 법률우위의 원칙에 의해 법적권위가 같을 수 없다”라며 “단일제 국가에서 완전한 자치입법권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라고 전했다.
개헌안 조항으로 지방정부의 조직 및 운영에 주민의 참여권이 명시된 것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개헌안 제121조 1항은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 주민은 지방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으로, 이에 따르면 지방경찰청장, 지방검찰청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때 선출과정에서 공권력과 지방토호세력이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도 했다. 이에 해당 우려는 지자체에서만이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존재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이재원 교수는 “모든 권력 집단에는 유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라며 “그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분권에 대한 공감과 합의 선행돼야

지방분권이 실현되려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은 지방분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다. 작년 11월 국회입법조사처가 작년 9월부터 한 달 동안 전국 각지의 1,995명을 대상으로 정부기관의 △역량 △이해와 관심 △신뢰도 △공정성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중앙정부가 모든 항목에서 지자체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재원 교수는 “지역주민의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우선적인 것”이라며 “지방분권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지방분권을 논의하기 전에 지자체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앙의 권한을 지자체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그 범위를 광역지자체로 제한할 것인지 혹은 기초지자체까지 허용할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철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가 지방자치단체로 혼용된 채 사용된다”라며 “지방분권을 말하기 전에 지자체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어떤 권한을, 얼마나 위임할지 논의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정부가 지자체에 확실한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조해 지방분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남 사무처장은 “법률 재개정뿐만 아니라 지역대표를 선출해 상원제를 하는 등 획기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헌법 조항을 수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법률이 어떻게 제정되는 지도 중요하다. 헌법은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고, 실제 절차는 법률에서 규정되기 때문이다. 김남철 교수는 “헌법에는 입법과정에 지방 의회가 참여할 수 있는 조항만 추가하면 된다”라며 “이를 통해 지방의 입장이 반영된 법률이 만들어진다면 지방분권이 현실화된다”라고 말했다.

백지호 기자  kkin4u0@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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