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노숙인은 집 없이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 처한 노숙인은 재활 의지가 있더라도 혼자서 재활하기 쉽지 않다. 그런 그들의 재활을 돕고 복지를 보장하고자 <노숙인 복지법>이 제정돼 있다. 이법은 그들에게 의식주 지원뿐만 아니라 의료지원도 명시하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는 노숙인 등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하기 위해 노숙인 진료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가 그 내용이다.

부산광역시청도 <노숙인 복지법>에 따라 노숙인의 복지 보장을 위해 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이곳은 거리 노숙인을 구조하거나, 그들에게 주거 시설과 의료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노숙자의 생활 실태를 물어보고자 센터를 방문했을 당시 상황은 무척 바빴다. ‘아웃 리치’팀이 노숙인을 센터로 구조해 데려왔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그 노숙인은 김해에서 구조된 사람이었다. 양산시와 김해시에는 노숙인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로 데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만약 부산 노숙인종합지원센터마저 그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방치됐을 것이다.

하지만 부산시의 노숙인 복지가 좋은 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 부산시에는 17곳의 노숙인 진료시설이 지정돼있다. 그중 16개는 기초 진료만 가능한 보건소다. 그마저도 노숙인의 겉모습을 보고 치료를 꺼려하며, 부산의료원으로 진료를 미루기만 한다. 그러면 노숙인은 아픈 몸을 이끌고 한참을 걸어 2차 진료소에 가야 한다. 부산시의 2차 진료소는 부산의료원 1곳뿐이라서, 그곳에서 무려 약 1600여명의 노숙인(주거취약계층 포함)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차 진료소에 환자가 몰려 병상이 부족해지면, 남은 노숙인은 공공 진료소가 아닌 개인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 경우 의료비 지원이 되지 않아 노숙인은 치료를 포기하고 만다. 결국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또다시 금전적인 이유로 내버려 지는 것이다.

<노숙인 복지법>이 제정돼 있지만, 노숙인 의료시설 지정에 대한 강제성은 없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노숙인 의료시설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법률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다른 복지 분야보다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또한 노숙인 진료가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지자체 입장에서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을 선뜻 추진할 수 없다. 이를 보고 지자체가 ‘노숙인 복지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라면 지자체는 법의 강제성이 없더라도 노숙인의 권리와 복지를 책임지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수익을 따지기 전에 국민들의 복지가 우선돼야 한다. 예산 부족이 노숙인을 방치하는 것에 대해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국가가 그들을 외면한다면, 그들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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