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학 박사

3월 마지막 주간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전국을 덮쳤다. 화창한 봄날을 느낄 수 있었던 날이 3월에 두어 번 정도였던 것 같다.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환경 재앙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위기감과 우울함이 교차했다. 부실한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국민들의 질책이 쏟아졌고, 정부는 황급히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이 며칠 계속되면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발표한 것이 이번만은 아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환경 문제이자 사회문제가 된 지 이미 몇 년이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조차 없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기 위한 기본 조사조차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도대체 왜 소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정책 실패가 반복되는 것일까?환경부와 수도권 지자체가 2018년 미세먼지 대책으로 편성한 예산이 1조 원 이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이 미세먼지 개선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국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인 경유차와 이륜차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과 국외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과 어떻게 협의해 어떤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핵심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외 미세먼지 대책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경유차를 완전퇴출하는 정책도 경유 승용차와 경유 화물차 운전자들의 반발과 저항을 예상하고 정부가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듯하다.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보다 싸게 유지하면서 경유차 폐차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실효성이 없음이 이미 판명되었다. 명확하게 경유차 퇴출 목표 연도를 제시하되, 경유에 대해 환경분담금을 매겨 휘발유보다 비싸게 가격이 형성되도록 유인하고 이를 재원으로 경유차의 전환을 돕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특정 이해집단에 당장 불이익이 돌아가는 정책이라도, 국민과 관련 이해집단에 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이고 정부이다.

대증적 대책으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결국 상황을 악화시키는 정책 실패가 미세먼지 사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부실화된 기업을 국책은행들을 동원해 금융지원 해주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 출자전환해 국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하고, 이렇게 편입된 자회사가 더 부실해지면 또 금융지원으로 연명시키고, 결국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까지 가고야 말았던 대우조선, STX조선, 대우건설 등의 사례도 소 잃고 외양간을 못 고치는 우를 반복한 정부주도 구조조정정책의 슬픈 예들이다.

그런데 지난달 30일에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 신청을 몇 시간 앞두고 노사가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사실상 합의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산업은행이 법정관리로 가지 않고 계속해서 유동성 지원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이 있었지만, 청와대까지 나서서 정치적 고려는 없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 금호타이어 노사 간에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냈다. 10년 전인 2009년 금호타이어에 대한 워크아웃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정부가 이런 원칙을 견지했더라면 금호타이어 문제는 더 빨리, 더 적은 사회적 비용으로 해결되었을 것이다. 금호타이어 처리를 계기로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정책 오류가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계산이 국민경제의 장기적 발전이라는 관점에 부합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국민인 우리가 깨어있고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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