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대학은 서로 경쟁해야 했다.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다. 정부가 산정한 기준에 대학들은 평가됐다. 여기서 낙제점을 받으면 지원금은 없었다. 어느 대학은 지원금을 받지 못하자 교수회가 총장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고 하니 이는 대학의 사활이 걸린 일이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 자신들의 뜻을 대학에 관철시키고자 했다. 기존 직선제였던 국립대학의 총장임용방식을 간선제로 변경코자한 것이다. 그들은 간선제 변경을 채택하는 국립대학에게 재정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다. 이로 인해 한 곳을 제외한 모든 국립대학의 총장임용방식이 간선제로 변경됐다.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 사업비를 따내기 위해 경쟁하는 곳이 된 것이었다.

때문에 이번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계획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 기존 지원 방식이 평가지표에 따라 대학별로 순위를 매겨 지원금을 지급했다면 이번 개편안은 모든 대학에 균등하게 지원하는 일반재정지원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대학 간 경쟁이 아닌 지원과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개편안에서 또 주목할 점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했다는 거다. <헌법>과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대학의 자율성이 명시돼있다. 그러나 그간 교육부가 사업 목적에 따라 지원금을 사용하게 해 대학은 예산 집행의 자율성을 침해 받았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이러한 점을 개선했다. 대학이 자신들의 ‘중장기발전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지원금을 집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자율성을 보장하게 되면 대학들이 방만하게 운영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교육부는 적발될 시 해당 대학에 지원금을 삭감하거나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아쉬운 점도 있다. 지원금을 주는 대학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따라 상위 60%의 대학에만 모든 지원금을 준다. 자율성 부여 역시 그렇다. 상위 60%에 들지 못한 대학들은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돼 지원금을 받으려면 구조조정과 정원감축을 해야한다. 지난 정부는 상위 15%를 제외한 모든 대학에 구조조정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완화된 범위이지만 여전히 대학 간 경쟁은 남아있는 것이다. 

현재 입학정원은 줄고 등록금은 동결 또는 인하되는 상황에서 대학들은 자체 수입금으로 운영할 수 없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지원금 없이는 대학은 발전할 수 없다. 때문에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방향은 중요하다. 이전처럼 미리 정해진 지표에 따라 대학을 평가하고 특정 대학만 육성해선 안 된다. 대학 간 양극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학 국고보조금 총액의 33%가 상위 10곳 대학의 금액이었다. 이젠 대학을 경쟁시키는 것보다 지원하고 육성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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