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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성의 권력, 그 이면의 그림자
  • 배현정·추예은 기자
  • 승인 2018.04.01 08:03
  • 호수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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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14일, 문화예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연극계 거장인 이윤택 연극 연출가의 상습적인 성폭력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이와 함께 기저의 문화예술계 구조적 폐단이 세상에 알려지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파생시키는 근본 원인과 필요한 해결책을 알아봤다.

권력이라는 괴물

최근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들을 초래한 폐쇄적 구조가 곳곳의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미투 운동(#Me Too)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그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주유신(영산대 게임영상콘텐츠학) 교수는 “문화 예술계의 권력 구조 문제는 특정 개인과 단체가 아니라, 문화 예술계 전반에 만연하다”라고 전했다.

권력을 가진 예술계 ‘거장’들의 우상화가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실력이 좋거나 높은 인지도를 가진 예술계 거장들은 조직 내에서 그 권력을 더 공고히 하게 된다. 예로 유명 연극 연출가는 교수나 지원사업의 심사위원까지 맡는 경우가 많아, 극단 외부에서 영향력이 크다. 이러한 연출가들은 극단 대표나 제작자를 겸하기도 한다. 따라서 극단의 배우들이 활동 영역을 보장받기 위해선, 연출가의 눈 밖에 나면 안 된다. 연극계에서 권력을 진 연출가의 눈에 거슬릴 경우, 배역이 줄어드는 등 활동을 지속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극단 ‘고래’ 대표인 이해성 연출가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출의 권한을 절대화하는 구조에서 노예적 인식을 갖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윤택 연출가의 경우에도 자신의 극단을 제왕적 지배체제로 만들어 엄청난 권력을 행사했다. 그의 극단 단원들은 그를 ‘제왕’, ‘신처럼 떠받들어지며 군림하는 연출가’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와 관련해 주유신 교수는 “권력은 문화예술계에서 특정 몇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다”라며 “그 권력이 강고해짐에 따라 기득권이 성찰성을 잃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사제 간 뚜렷한 위계질서도 성폭력을 발생시키는 데 일조한다. 문화예술계에서는 ‘도제식 교육’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이는 수직적 상하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문화예술계의 도제식 교육은 스승과 제자가 함께 숙식하며 배우는 등, 비교적 사제가 밀착된 교육 방식이다. 이러한 교육 방식의 본래 의미가 변질되어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도 한다. 이윤택 연극 연출가는 극단 단원들과의 합숙생활에서 자신의 시중을 들게 했다. 부적절한 안마는 그 시중의 일부로, 성폭력을 저지르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했다. 대학 관련 학과에서의 위계질서가 업계에 진출 후 이어지기도 한다. 업계가 협소해 인맥에 따라 성공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는 부산 미술계의 첫 미투 폭로다. 지난달 7일 부산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A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미술계 거장인 B 교수에게 성상납을 요구받은 경험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폐쇄적 구조의 문제로, 문화예술계 조직 내의 성폭력은 재생산되고 은폐된다. 문화예술계는 특정 집단에서 퇴출될 시, 활동할 수 있는 다른 조직이 많지 않다. 한 분야에 뿌리를 두고 오래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많을뿐더러, 동종 업계도 좁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업계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집단의 규율과 권력자를 따르게 된다. 집단 내 성폭력 문제를 묵인하고 방관하는 문화는 더 나아가 폐단을 조직적으로 은폐시키는 데까지 이른다. 집단의 폐쇄성은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수도권보다 업계가 좁고 협소하다. 이에 따라 피해 사실을 알릴 시, 해당 업계에서 피해자의 익명성이 보장되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가 성폭력 고발을 막는 외압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은폐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정책의 날로 벨 수 있을까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8일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크게 △문화예술계 특별조사 및 대응 체계강화 △예방교육 실효성 확보 등의 과제로 구성됐다. 
특히 ‘문화예술계 특별조사 및 대응 체계강화’에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특별조사단 △성폭력 신고상담센터 △예술인 성폭력 실태조사 △성폭력 가해자 대상의 공적 지원 배제가 포함됐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특별조사단은 100일 동안 성폭력 근절 활동을 펼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문화예술분야 미투 운동으로 폭로된 성폭력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성폭력 신고상담센터는 100일간 성폭력 피해 상담 및 치유와 법률 지원기관인 해바라기 센터와 연계해 운영되고 있다. 부산시청 문화관광국 문화예술과 신인숙 주무관은 “해바라기 센터는 병원 내에 위치해 있어 상담과 치유까지 모두 가능한 체계라 효과적이다”라고 전했다. 

예술인 성폭력 실태조사는 △문화예술 △영화계 △출판 등의 5개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이는 지난달 예산을 확보해 올해부터 추진될 예정이다. 부산문화재단 관계자는 “현재 사업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폭력 가해자 보조금 지원을 배제하는 정책은 보조금 지침 개정을 앞두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 황해순 본부장은 “예술인 개인이나 단체가 성폭력 가해자로 연루될 경우 지원을 보류하며, 가해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심의를 거쳐 지원을 배제한다”라고 밝혔다. 

‘예방교육 실효성 확보’ 과제는 성폭력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적·장기적 조치에 해당한다. 현재 실시 중인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 지원 가이드라인은 문화예술계의 분야별 특성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부산문화재단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예술인과 예술단체는 의무적으로 예방지침에 대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적 차원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내의 자정작용도 매우 중요하다. 주유신 교수는 “문화예술계 내의 수직적 권력구조나 위계질서가 개선돼야 한다”라며 “무엇보다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남성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배현정·추예은 기자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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