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이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필자는 새 학기와 동시에 늘어난 과제와 한층 어려워진 전공 강의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마치 방학 동안 나태한 나날을 보낸 필자에게 내려진 벌인 것 같았다. 필자는 크게 반성하며 이를 달게 받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같은 벌을 받고 있는 친구들을 모아 점심 모임을 만들었다. 필자에게 친구들과 함께하는 점심시간은 바쁜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필자는 얼마 전 농구를 하다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농구는 평소 워낙 즐겨 해온 운동이었기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었다. 심하게 부풀어 오른 다리는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병원을 찾으니 담당 의사는 수술 위험까지 있다는 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학업을 이어 가야 하므로 통원 치료를 택했다. 이 탓에 난생처음 반깁스도 하게 됐고 목발은 덤으로 생겼다. 이번 일로 필자는 일상생활에 있어서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깁스를 하게 된 이후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제한이 생겼다. 학교가 제법 경사가 있어 높은 건물번호의 강의를 들으러 가기에 필자와 같이 깁스를 한 학생들에게는 조금 무리가 있다. 또 걸음걸이가 느려져 도보로 강의를 들으러 갈 때면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이 서두르는 게 어느덧 습관에 뱄다. 한편 점심 모임은 자연스레 강의실에서 가까운 음식점을 우선시하게 됐다. 이렇게 친구들은 조금은 불편한 필자의 일상에 군말 없이 맞춰 주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목발과 강의실에서 가까운 음식점을 찾게 되는 것이 익숙해질 때 즈음. 필자는 새삼 ‘배려’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태 배려라는 단어를 알고는 있었지만, 몸소 깨닫지 못했었다. 불현듯 배려를 깨닫게 된 것은 일상이었다. 어색했던 목발을 종종 놓여 바닥에 떨어뜨릴 때면 멀리서 서로 주워주러 달려왔던 이름 모를 학생들. 집은 정반대 방향이지만 매번 필자를 강의실까지 스쿠터로 데려다주는 친구. 도보로 이동할 때면 가방을 대신 들어주는 친구가 곁에서 필자를 도와주고 있었다. 이렇게 손과 발이 되어주는 주변인들에게 필자는 매번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을 전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필자가 느끼는 고마움을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이제 서야 비로소 보이는 친구들의 도움과 이름 모를 그들이 건넨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지금 이 자리를 빌려 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표한다. 

필자는 친구들보다 지난 방학을 조금 더 게으르게 보낸 벌로 벅찬 과제에 설상가상으로 깁스가 더해진 것 같다. 평소 바쁜 일상에 깁스까지 더해져 체감상 더 길어진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일상에 주변인들의 도움은 필자의 긴 하루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지금도 필자의 조금은 느린 걸음걸이에 발맞춰 걸어주는 주변인들의 배려가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호상 (나노메카트로닉스공학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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