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민

과학칼럼니스트

지난달 부대신문 편집국으로부터 칼럼 의뢰를 받았습니다. 부대라는 단어가 생소했습니다. 부대가 부산국립대학의 약자란 것은 기자 설명을 듣고 알았습니다. 필자가 사는 곳은 남한 최북단에 위치한 고양시입니다. 부산과 물리적 거리가 관심과 인식의 거리감을 만드나 봅니다. 게다가 부산은 연고도 없어 학회로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기억이 없는 동경의 대상입니다. 첫 호의 소재를 고민하다가 부산과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소재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 생각은 ‘부산 분들은 생선회를 원 없이 드실 수 있겠다’입니다. 첫 호는 생선과 관련한 과학 이야기입니다.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118개 원소를 나타낸 ‘주기율표’의 12족에는 아연, 카드뮴, 수은이란 금속이 있습니다. 같은 족에 속한 원소들은 화학적 성질이 비슷합니다. 그런데 하나는 필수이고 나머지는 마치 독처럼 여겨집니다. 이제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효소작용으로 생명을 유지합니다. 인체는 100종류 이상의 효소가 아연으로 활성화되지요. 결국, 아연이 부족하면 효소 기능 저하로 각종 이상 증상이 생깁니다. 면역계가 취약해지고 감염과 탈모 증상이나 감각기관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자연은 이런 중요한 역할을 왜 아연에 맡겼을까요?단순하게도 아연이 자연계에 풍부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카드뮴과 수은의 양은 적습니다. 인류는 진화하며 아연을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섭취했습니다. 반면에 나머지는 필요가 없으니 독이 됐습니다.

사실 수은은 인류가 찾아내기 전까지 지하에 묻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은의 특별한 능력이 지하에 잠들어 있던 수은을 깨웠지요. 수은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공업화가 시작된 18세기이고 지금은 과거와 비교해 100배 이상 늘었습니다. 대부분 공업용이지만 일반 사람들도 치과 치료에 사용하는 아말감이나 형광등에 수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수은 사슬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지각으로부터 꺼내져 대기와 지표에 쌓인 수은은 기후에 의해 씻겨 바다로 흘러갑니다. 바닷속 수은은 미생물들에 의해 메틸수은으로 바뀝니다. 수은은 플랑크톤을 먹는 작은 물고기에서부터 점점 큰 물고기로 누적되며 이동합니다. 최종 포식자인 인간의 몸에 잔류 되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마치 건강을 위해 즐겨 먹는 홍삼을 농축한 진액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인체에 해가 되는 물질도 배출되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수은은 지방층에 쌓여 배출이 잘되지 않지요. 수은은 아연과 화학적 성질이 닮아서 아연이 활동하는 경로를 따라갑니다. 우리 몸은 정확한 컴퓨터 시스템이 아닙니다. 간혹 실수도 하고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아연이 필요한 인체는 수은까지도 흡수하게 됩니다. 이제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큰 생선을 먹지 말아야 할까요?여기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오염도는 지역 차가 있고 우리 인체는 해독능력을 가진 단백질도 있고 생선에는 우리 몸에 좋은 지방산이 있습니다. 주변에는 먹거리에 낙관적인 정보와 비관적인 정보, 그리고 오해와 괴담이 비빔밥처럼 버무려져 있지요. 소비자는 혼동합니다. 

분명한 것은 식탁에 오른 생선에 수은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수은은 아연이 부족할 때에 아연을 대신해 흡수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연이 풍부하면 상대적으로 수은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겁니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사는 현대인에게 아연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현실은 의외로 부족한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아연이 가공식품에 풍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상을 반영한 것이 24시간 환하게 불이 켜진 편의점입니다. 특히 학업으로 바쁜 학생들은 편의점 문을 자주 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편의점 음식이 좋아졌다고 해도 가공식품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먹거리 선택에도 과학이 필요합니다. 맛좋고 영양가 높은 생선을 수은 때문에 꺼려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을 통해 균형있는 영양섭취로 중금속을 피할 수도 있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올해는 필자도 부산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생선회와 여러 부산 먹거리를 만나 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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