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청과 부산지방경찰청은 원도심의 범죄 발생율을 줄이고자 부산광역시 16개 구군 38개 동에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ionmental Design, 범죄 예방 환경 설계) 마을을 조성했다. ‘셉테드’는 도시 환경을 바꿔 범죄를 예 방하고 주민들의 불안감을 줄여주는 범죄 예방 전략이다. 「<부대신문> 제1511호(2015년 10월 11일자) 참조」 하지만 일부 셉 테드 마을이 사실상 방치돼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치된 마을을 직접 찾아가 봤다.

 

영선 마을 (영도구 영선동) 

영선마을에 들어서자 벽에 붙어있는‘영선행복마을안심지도’가먼저 보였다. 비상벨과 CCTV 등 방범 시 스템이마을어디에있는지알기쉽게 지도에 그림으로 표시돼 있었다. 그 옆에는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와 포 순이가 그려져 있었지만 주차된 차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셉테드 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벽화그리기가 진행돼 마을 담벼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벽화는 색이 바래져 있거나 새어나온 녹물로 엉망이었다. 원래 벽화가 어땠 는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훼손된 곳도있었다.오히려 벽화로 인해서 마을외관이 미관상 좋지않았다. 또한 마을 곳곳을 돌아보았지만 지도에 표시된 비상벨은 찾을 수 없었다. 비상벨은 떼어져 그 흔적만 남아 있었다.

골목과 골목이 만나는 부분에는 반사경이 설치돼 있었지만, 반사경이 설치된 골목길에 있는 가로등은 하나뿐이었다. 때문에 밤에는 어두워서 반사경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어 보였다. 많지않은 가로등 중 일부는 깨져있어 주민들이 밤에 돌아다니기에 불편했다.

가마실 마을 (금정구 부곡동)

이곳에서도 포돌이 그림이 가장 먼저 보였지만 검게 때가타고 금이가는 등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마을을 둘러 보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가자 오르막에 만들어진 시멘트 계단이 있었다. 이는 여러가지 색으로 칠해져 처음에는 마을 외관을 꾸며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멘트가 떨어져 나가 그틈으로 잡초가 자라나 있어 외관상 좋지 않았다. 또한 좁은 골목길까지 이어진 페인트 칠은 색이 벗겨지고 벽화에서 흘러나온 페인트들이 묻어 색이 일정치 않았다.

가마실 마을의 벽화들은 여타 유명한 벽화마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멀리서 보면 실제 담쟁이덩굴로 착각 할정도인 그림과 몽환적인 색감을 가진 것도 많았다. 하지만 마을의 담벼락은 대부분 금이가고 페인트가 벗겨진 상태였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은 “그림이 그려지고 나서 한번도 관리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라며 “그림만 그린다 고 끝이 아니지 않냐”라고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안심카페는 마을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카페 외부에 불이 켜져있어 운영중 인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외부의 불만 켜져있을 뿐,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이곳도 주민들이 평소에 이용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부산에 셉테드 마을이 조성된 지 4년, 해당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실제 범죄 예방 효과가 미미했고, 방치된 시설로 역효과가 일어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셉테드 마을, 조성이 끝?
 
일부 셉테드 마을이 제 기능을 못할 정도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벽화가 훼손 됐고 △안심벨은 설치되지 않았으며 △안심카페는 이용이 불가했다.
 
그동안 방치돼왔던 이유로 예산 편성 문제가 꼽혔다. 현재 셉테드 마을의 운영 주체는 부산광역시청(이하 부산시청)과 부산지방경찰청(이하 부산경찰청)이다. 관리가 허술한 마을은 대부분 부산경찰 청 관할 구역이었다. 부산시청이 운영하는 마을의 경우, 각 구청에서 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했다. 부산경찰청 사업의 경우, 초기계획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지방자치단체로 관리주체를 이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산 편성 문제로 관리 이전되지않아 장기예산 계획을 갖추지 못했다. 부산경찰청 생활안전계 관계자는 “본래 의도와 달리 지 방자치단체에 예산 문제가 있어, 셉테드 사업을 이관하지 못했다”라며 “그 과정 에서 셉테드 마을 관리가 소홀해졌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로 인해 2017년부터 추진된 부산경찰청 셉테드 사업은 부산시청으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허나 사업 초기에 선정된 마을의 경우, 부산시청으로의 이관이 어려워 여전히 관할 경 찰서에서 관리하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방치된 방범 시설이 범죄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무질서한 환경이 범죄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김순석(신라대 경찰학) 교수는 “범죄자 의 입장에서, 방치된 시설은 경찰이 제대 로 관리하지 않는 곳이라고 인식하기 쉽다”라며 “때문에 범죄 발생 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실효는 없었다
 
셉테드 마을의 범죄 감소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확인이 어려운 8곳의 동을 제외한 나머지 30곳중,1만명당 5대 범죄 발생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곳은 단 10곳에 그쳤다.본 취재 진이 방문한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곡2동 가마실 행복마을(2014년 선정)도 마찬 가지였다. <부산광역시 기본통계>에 따르면, 금정경찰서 관할 구역의 범죄 발 생건수는 △2013년 10,060건 △2014년 9,272건 △2015년 9,640건이다. 이는 시행 초기인 2014년 범죄 발생 건수만 일시적으로 줄어들었으며, 이후 2015년에 다시 범죄 발생건수가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한편 전문가들은 셉테드 마을이 조성된 지역 인근에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풍선효과란 풍선의 한쪽 부분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어떤 부분을 해결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조상현(동국대 경찰행정학) 박사는 “셉 테드 마을을 조성해 범죄자들이 해당 지역에서 범죄를 일으키기 힘들다고 판단 하면 범죄 욕구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네에 가서 범죄를 저지른다”라고 전했다.
 
제 역할을 찾기위해
 
셉테드 마을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 7일 부산시청에서는 셉테드 마을에 대한 긴급합동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업에 관련이 있는 기관과 대책회의를 열고 노후화가 심각한 ‘셉테드 행복마을’에 예산을 투입 해 보수할 계획이다. 부산시청 도시경관 과 황금태 직원은 “부산경찰청에서 운영 하는 사업도 점검을 하고, 보수해야 하는 것이 있으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대책을 고민해보자는 뜻에서 실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긴급합동점검을 통해 시설을 보수하는 것만으로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점검을 통해 보수하더 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노후화될 수밖 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지속적으 로 관리하고 보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순석 교수는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관리하고 점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지속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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