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현지인 위한 소비, 지역문화 체현 통해 ‘관계’ 증진시켜야

  여름방학을 맞이해 나떠나 씨는 친구와 함께 제주 올레로 공정여행을 떠났다. 이산화탄소 사용을 줄이려고 걸으며 자연경관을 음미하던 중 해녀들이 갓 잡아온 미역을 널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떠나 씨는 그들에게 다가가 도울 일이 없냐고 묻자 해녀들은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며 손짓했다. 함께 작업을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 이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작은 해물탕집을 소개 받기도 했다. 떠나 씨는 공정여행의 참맛을 가슴 벅차게 느끼며 다음에도 공정여행을 떠나리라 다짐했다.

  공정여행은 80년대 후반 유럽에서 붐이 일어난 후, 국내에는 2007년에 처음 도입돼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이매진피스, 국제민주연대 등 NGO나 시민단체에서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매진피스 회원이자 공정여행을 소개한 저서 ‘희망을 여행하라’의 이혜영 작가는 “여행 장소는 누군가의 삶터이므로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제민주연대 최정규 활동가는 “일반적으로 가는 패키지여행은 수천 년 자연과 문화를 지켜온 주민들과 직접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극히 적다”며 “주민들의 일상을 보며 제대로 느끼고 이해하고 즐기는 여행이 공정여행”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학생들이 공정여행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혜영 작가는 “여행을 하면서 ‘나’와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공정여행은 고민하는 과정 속에 타인과 함께 하니까 더 뜻 깊은 여행”이라고 말한다. 필리핀으로 공정여행을 다녀온 서지원(고려대 기계공 3) 씨는 “쇼핑이나 단순관광에 비해 몸은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어 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라며 “여행을 가서 타인을 도와야 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에게 이 의미를 알려주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주)착한여행 김시온 씨도 “대학생은 젊음과 패기, 용기를 가지고 있다”며 “여름을 맞이해 떠나는 MT에서도 개인수저를 챙기거나 현지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등 ‘공정여행가’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한다.


  활발히 이루어지는 해외공정여행 틈 속에서 국내공정여행에 대한 관심 역시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국내공정여행 경험이 있는 백서현(경희대 정치외교 3) 씨는 “잘 몰랐던 국내 지역들을 돌아보고 ‘우리가 좋은 곳에서 살았구나’라고 느꼈어요”라며 “부산에 갔을 때 다른 지역에는 없는 ‘떡오뎅’을 본 후 그 지역만이 가진 문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붙었어요”라고 국내공정여행만의 매력을 꼽는다. 그리고 언어가 통하고 안전하다는 점, 주말동안 짧게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최정규 활동가는 “진도 토요민속공연, 함평 나비 축제 등 여행지의 축제와 민속공연을 찾아보거나 농·산·어촌 마을체험을 떠나는 것도 국내공정여행에 포함된다”고 전한다.


  또한 김시온 씨는 “대학생이라면 자기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해서 공정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멋진 도전”이라고 추천한다. 그 예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내일로 티켓’을 활용하기, 지리산 둘레길이나 섬진강 옛길 등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을 걸어보기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또한 자신이 사는 동네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골목을 눈여겨보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동네공정여행’도 가까운 곳에서 실천해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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