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대항마을은 부산광역시가 신공항을 유치하고자 하는 부지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는 신공항 건설을 공약하며 이곳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그런 서병수 시장을 비난했던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마저 이번 지방선거에 재출마하면서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겠다고 말했다. 이런 행태를 보니 부산시의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이곳에 공항을 들여놓을 생각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필자가 방문한 가덕도 대항마을의 입장은 달랐다. 마을 사람들은 신공항을 반대하고 있었다. 신공항이 들어선다면 그들은 고향을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먼저, 공항이 들어선다면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는 활주로가 된다. 활주로 옆에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 그들은 그곳을 떠나야 한다. 또한 대항마을은 어촌이다.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갈 것이다. 하지만 바다를 메워 공항이 만들어진다면 그들은 직장을 잃게 돼버리고 만다. 역시 일자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나가야 한다. 보상 역시 여의치 않다. 주민 대부분이 자기 집 한 채의 땅만 갖고 있기 때문에 보상이 나오더라도 도시에 집 한 채를 갖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결국 공항 때문에 마을에서 쫓겨나는 셈이다.

선거기간만 되면 가덕도 신공항 얘기가 나오지만, 정작 가덕도에 사는 그들의 이야기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340만 부산시민 중 대항마을 사람들은 200여 명 남짓이다. 부산에 새로운 공항이 생기는 것을 반대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200명이 삶의 터전을 잃는다고 반대해도 그 수를 무시할 만큼 다수의 지지자가 있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똑같은 공약이 나오는 것이다. 다수의 표를 얻기 위해 움직이는 정치권에 대항마을 사람들이 기댈 수 없는 이유다. 심지어 취재 결과 실제로 부산시가 신공항 논의에 주민들을 배제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대항새바지 포구에서 대항마을까지 공항 부지가 확대됐음에도 대항마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주민들이 시청에 따지러 가고 나서야 3~4명의 직원이 와서 작은 설명회를 열었다고 한다. 한편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야 할 지역 일간지에서도 대항마을 주민들의 목소리가 실린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지역 일간지가 대항마을을 다룬 기사는 ‘외로운 섬에서 관광지로... 확 달라진 가덕도’,이 정도로 그들의 고충은 담은 기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 이상 정치권과 지역 언론이 대항마을을 대변할 거라 기대할 수는 없다.‘우리’가 직접 신공항 논의에 희생되는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한다. 소수의 목소리라고 그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이 아픔을 느끼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우리’의 관심이 모여 담론이 형성된다면 정치권과 언론도 그들의 문제에 눈을 돌릴 것이다. 신공항 계획이 논의됨에 따라 발생한 그들의 문제와 신공항이 유치 이후에 발생할 어려움에 대해 마을사람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우리’가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더 이상 정치권과 지역 언론에게만 그들을 맡겨둘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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