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리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미세먼지다. 미세먼지 문제가 전국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도 미세먼지 문제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부산광역시의 미세먼지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다. 부산의 미세먼지 주원인이 수도권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산 지역 미세먼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항만도시는 미세먼지도시?

작년 <네이처(nature)>는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를 ‘세계 10대 초미세먼지 항만도시’로 꼽았다. 2017년을 기준으로 부산시의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는 26μg/m3으로 연간 대기환경기준(25 μg/m3)보다 높다. 이는 7대 특·광역시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부산시의 초미세먼지는 전국 최고수준일 때가 많다”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부산시의 초미세먼지 근원지는 항만이다. 연간 2만 3000척에 달하는 부산 입출항 선박의 배기가스가 부산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최근 몇 년간 국립환경과학원의 배출량 분석 자료를 보면, 미세먼지 원인으로 선박 등의 비도로오염원이 46.1%를 차지했다. 선박의 연료로 사용하는 벙커C유가 연소하면 황산화물(SO)과 질소산화물(NO) 등 오염 물질이 대거 방출되기 때문이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대기 반응에 의해 초미세먼지로 전환되므로, 항만도시인 부산시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대기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기질분석센터 박기형 연구원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CO)는 화학적 변화 없이 기체 상태로 존재하지만,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 등은 초미세먼지 생성을 유발시키는 전구물질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맞춤형 정부대책으로는 안돼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되면서 환경부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내세웠지만, 부산시 미세먼지 해결책으로서 실효성은 의문이다. 환경부의 대책은 주로 경유차와 건설기계에 맞춰져 있고, 선박과 항만에 대한 규제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질분석센터 박기형 연구원은 “부산시의 경우 오염물질의 배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부산시에 맞는 미세먼지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부산시 서병수 시장은 ‘부산 미세먼지의 주요인은 선박과 항만이지만 해양수산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초미세먼지 저감 가능할까?

작년 말,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대기질 진단평가 시스템’을 통해 부산시 미세먼지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5일, 부산시청은 ‘부산시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선박 및 항만오염원 관리도 포함돼있었다. 관공선 7대 연료를 LNG로 전환하고, 해양수산부에 △벙커C유를 줄이기 위한 육상전력공급시설(AMP) 설치 △경주 야드 트랙터 연료를 LNG로 전환하는 것을 건의하기로 결정됐다. 또한 미세먼지 배출 비중이 높은 항만 및 공단 지역 8개 관련 단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자율적인 저감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지역 환경단체들은 부산시청의 대책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부산환경운동연합이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 미세먼지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여기서 이번 대책이 원인 파악에 불과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수영 사무처장은 “부산시청의 대책은 원인을 파악하는데 집중돼있다”라며 “기존의 대책 수준이 아닌 부산시의 적극적이고 명확한 대책을 마련해, 중앙 정부와 조율해 나가야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책 시행의 시급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박인호 대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연료에 사용되는 중유 중에 황 함유량을 3.5%에서 0.5%로 줄일 것을 의무화했다”라며 “때문에 IMO의 규제를 고려해 부산시청, 해양수산부, 환경부가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추진해야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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