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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간 그들의 목소리는 빠져있었다]②넓어지는 김해공항, 깊어지는 한숨
  • 오시경 기자
  • 승인 2018.03.11 06:44
  • 호수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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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포 마을에 도착하자, 낮은 고도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뒤이어 커다란 비행기 소음이 들려왔다. 월포마을에 머물렀던 1시간 동안 7대의 비행기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하늘 위로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월포마을,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일상은 어떨까

일상이 되어버린 비행기

월포 마을은 김해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들의 항로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하루에도 수십 번 비행기가 마을 위로 날아다닌다. 특히 아침 6~7시 사이에는 쉴 틈 없이 비행기가 지나간다. 6시 이전에는 비행기가 착륙할 수 없게끔 규정돼있어 6시부터 비행기가 일괄적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듣는 비행기 소리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바로 머리 위로 비행기가 지나갈 때는 귀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월포마을에서 측정되는 소음은 약 80웨클(약 85dB)이다. 생활 소음 규제 기준이 보통 60dB임을 고려하면 굉장히 소음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월포마을 사람들에게 2중창 설치는 필수다. 구명남(75) 씨는 “처음에는 사람이 돈이 없으니까 창문을 하나로 했는데, 너무 시끄러운 기야. 이중 문을 해야 소리가 들 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중창을 설치한다고 비행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창문을 다 닫았는데도 비행기 소리가 창문을 뚫고 들어와 잠시 인터뷰를 멈춰야 했다. 갑자기 들린 소리에 놀라 말을 멈추자 김필년(83) 씨는 “지금은 문을 닫아놔가 저 정도지, 문을 다 안 닫으면 소리가 안 들리가 통화도 몬 해요”라며 웃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소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 들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큰 소리에 오래 노출되다 보니 작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윤청자(79) 씨는 “매일 같이 저런 소리를 듣다 보니, 인자 작은 소리는 잘 안들립니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행기 사진을 찍기 위해 밖에 있어 보니 비행기가 한번 지나가고 나면 한동안 귀가 멍해졌다. 

이렇게 하루하루 소음과 전쟁을 치르는 월포마을 주민들에게 김해신공항은 걱정거리다. 정치권이 끊임없이 신공항을 언급하면서 주민들은 매 순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석연(87) 씨는 “지금도 집 마당에 있으면 귀를 막아야 될 만큼 시끄러운디, 비행기가 하나라도 더 늘어나믄 더 시끄러워질께 뻔하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공항 건설, 마을공동체를 흔들다

일부 주민만이 소음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지원받고 있다. 소음피해 지역은 △제1종 구역(소음 영향도 95웨클 이상) △제2종 구역(90웨클 이상~95웨클 미만) △제3종 구역(75웨클 이상〜90웨클 미만)으로 구분되는데, 2종 구역까지 이주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주대상 지역인 2종 지역에 살면서도 이사를 포기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사하기에는 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구명남(75) 씨는 “보상금만 받아가꼬는 땅 사고나믄 집을 지을 돈이 없다 아입니꺼. 이주를 해서 터를 잡을 수 있게 지원이 되야 합니더”라고 말했다. 같은 2종 구역 주민이더라도, 지원 대상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음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중창 설치가 지원됐지만 6년 이내에 집수리를 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이 그 예다.

또한 김해공항 주변 지역에서는 신공항에 대한 의견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보상을 받고 이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 것이다. 보상을 받는 사람은 이 지역을 떠날 수 있으니 신공항이 생기길 바라는 입장이지만 이곳에 남는 사람들은 피해만 늘 뿐이라며 신공항을 반대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고 말았다. 서부산시민협의회 김영주 회장은 “최근 공항 인근 지역 사람들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에만 관심을 갖는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있다”라며 “원래는 농촌 지역이라 공동체 의식이 강했는데, 공항 때문에 다 무너지는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김해공항 확장, 피해 범위를 더 넓혀

김해공항 확장이 결정되자 김해시민들 또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해공항의 비행기들이 항로를 5도 정도 틀면서 현재 김해시는 소음피해 구역에 속하게 됐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인 강서구와 달리, 인구가 많은 김해시가 소음피해 지역이 되면서 피해 정도는 급격히 늘어났다. 또한 인구가 밀집해 있다 보니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어 비행기 사고 발생률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김해신공항건설반대대책위원회 류경화 위원장은 “김해신공항에 대한 전면재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소음피해를 줄이고 문제 발생 확률이 적은 곳으로 선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시경 기자  sunlight1105@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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