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해당 대학원에 진학했다. 내 전공은 영어학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아 그래요? 영어영문학과 대학원 다니시면 셰익스피어 배워요?’ 하거나 심지어 ‘아 그럼 시나 막 소설 써요?’ 이렇게 묻는다. 하지만, 문학이 아닌 영어학이라고 하면 대체 뭘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태산같이 많아서 이 지면을 통해 영어학, 더 나아가서 언어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영어학에 대해 설명하라고 하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대답은 학창시절 나를 포함한 모두를 괴롭게 했던 문법 시간을 떠올리라는 말 뿐이다. 물론, 학교문법과 영어학은 주제만 같다뿐이지 힙합과 발라드만큼이나 다른 개념이다. 예컨대, 학교 문법과 영어학은 전치사의 유무와 관련 없이 정문이 되는 ‘I shot the thief.’와 ‘I shot at the thief.’에 대해 전혀 다른 설명을 한다. 이러한 예문을 설명하기 위해 학교문법에서는 위와 같이 전치사가 쓰여도 되는 문장을 특별한 용례로 분류하여 외우도록 한다. 반면, 영어학에서는 이를 ‘언어적 거리감’을 통해 설명한다. 이는 언어적으로 더 많은 단어가 쓰여 두 단어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 개념적으로도 거리감이 발생하게 된다는 개념인데, 그렇기 때문에 전치사의 유무에 따라 행위의 직접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본다. 따라서 전치사가 쓰이지 않은 앞의 문장은 ‘나는 도둑을 총으로 쐈고, 도둑은 총을 맞았다’는 의미가 되는 반면 전치사가 쓰인 뒤의 문장은 ‘나는 도둑을 총으로 겨냥하여 쏘았으나, 도둑이 총을 맞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듯, 영어학은 학교문법과는 다르게 더 논리적이고 일반적인 방식을 통해 언어적 현상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영어학을 포함한 언어학 전반은 인간 언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언어가 어떠한 규칙을 갖고 어떻게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로 언어학이다. 언어학은 언어 현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학교 문법에서처럼 ‘영어 문법을 꼭 꼭 지켜야만 해요~’ 하는 것은 언어학의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장면을 왜 짜장면이라고 부르게 되는지,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I am not을 왜 I ain’t 로 축약해서 부르게 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우리 언어학자들은 카톡이나 SNS의 글에 있는 문법적 오류들을 눈을 부릅뜨고 하나하나 색출해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오류들이 대체 어떤 원리로 나타나는 건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언어학자들은 언어를 통해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본다. 인간 외에는 언어라는 고차원적인 상징체계를 사용하는 동물이 없으며, 인간은 언어와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어로 정보를 습득하고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하며 생각조차 언어를 통해 하고 있다. 이렇듯, 언어학은 인간의 인지체계의 작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언어학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언어학을 사변적인 개념으로 오인하고는 한다. 언어학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는 하나의 창으로서 존재한다. 때문에,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지면을 통해 언어학이라는 학문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하지현 영어영문학 박사과정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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