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장구 장단에 맞춰 서정적인 가야금 선율이 흘러나온다. 장단이 점점 빨라지며 관객들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연주자는 한 음 한 음을 정성껏, 또 조심스레 희롱한다.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악기를 통해 감정을 표현한다. 연주자가 달라지자, 음악의 느낌도 달라진다. 이는 산조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산조는 △피리 △대금 △가야금 등 국악기를 가지고 ‘흩어진 가락’을 엮어가는 기악독주곡이다. 음악의 구조적·선율적 측면에서 판소리와 닮아 ‘말없는 판소리’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장단구성에서는 판소리와 차이를 보인다. 판소리는 각 장면의 내용에 맞춰 장단이 사용되는 반면, 산조는 다스름으로 시작하여 느린 진양조장단부터 휘모리장단까지 점점 빨라지는 구성을 사용해 3~6개의 악장으로 이뤄진다. 이 장단에 따라 산조의 곡명이 정해지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최옥산류 산조 중 중중모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장단의 틀 안에서 악기와 내용이 자유로워, 산조는 연주자의 표현력을 극대화시켜준다. 그 중 하나는 장구 반주에 맞춰 악기를 연주할 때, 반주자에 따라 약간의 가락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성음의 변화가 드러나 연주자의 음악적 색채가 돋보인다. 때문에 같은 산조라도 연주자에 따라 그 곡조가 다르게 들린다. 여기서 요성과 농현 등 음을 떠는 시김새를 통해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음을 떠는 것은 우리나라 음악을 규정짓는 대표적인 요소로 관악에서는 ‘요성’, 현악에서는 ‘농현’이라고 일컫는다.

산조의 역사는 약 100여 년으로 짧은 역사를 지닌다. ‘흩어진 가락’이라는 산조의 뜻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처음 산조는 음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민간이 향유하는 음악 중 하나였기에 사대부들에게는 ‘허튼 음악’으로 여겨졌다. 이후 산조는 여러 국악기로 연주되기 시작하면서 발전해갔다. 미분음(반음보다 좁은 음)을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면 모두 산조로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율들이 각 악기에 맞게 짜여있다 보니 악기에 따라 다른 느낌의 곡을 선사해준다. 현대에는 산조에 명인과 유파라는 개념이 반영돼 악기별,명인별로 유파가 칭해진다. 명인은 특정 산조가 개성적인 산조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음악가를 지칭하고, 유파란 명인들의 음악이 창조적으로 계승되어 일가를 이룬 것을 말한다.

한국음악사에서 산조는 고도의 기교와 예술성의 균형미를 갖춘 기악예술음악으로 평가된다. 판소리에서 장단과 가락을 빌려 새로운 민족 가악양식으로 발전시켰다는 의의를 가지기도 한다. 이처럼 산조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국가 무형문화재 등에 등재돼있다. 박환영(한국음악학)교수는 “산조는 기악독주곡으로서 탁월하고 중요한 곡”이라며 “처음에는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장구장단과 어울려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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