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해 처럼 올해도 우리대학은 사천여 명의 신입생들과 더불어 새로운 봄을 맞았다.길고 지난한 수학 의 과정을 거쳐 대학이라는 보다 큰 배움터에 입문한 2018학번 새내기들을 환대하며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시민의힘으로 건립된 국내 최초의 국립대학이자 국가와 지역 발전의 튼실한 거점으로 72년을 건재했고 부마민주항쟁, 87년 6월항쟁 등 한국 민주주의의 전위로 분투했던 부산대 학교의 신입생이 된다는 것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좋을 일이다. 대학생이 된 것을 마음껏 기뻐하고 부산대인이 된것에 온전히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

2018학번 새내기 부산대인들을 맞으며 대학에 갓 입학한 이들이 품고있을 낯익은 의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된다. 다름아닌 대학과 지식인의 의미다. 신참자인 그들은 으레 질문을 던질 것이며 선임자인 우리는 응당 대답해야 할 것 이다.대학은 어떤 곳이며 지식인은 어떤 존재인가. 그들의 질문에 우리는 무어라 답할 것인가.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자 진리의 상아탑이며 대학생은 지식인이라는 정의는 시대착오적인 허사(虛辭)가 된지 오래고, 대학은 취업 양성소요 대학생은 단지 취준생이라는 말이 외려 납득되는 요즘이다. 이 변질의 책임을 비단 세상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취업이 성공한 인생의 유일한 척도가 되고 취업률이 대학평가의 지고한 조건이 된 기막힌 시류(時流)에 다투어 편승해 온 것은 대학이다. 우리 시대의 대학은 이제 세상을 의심하는 법보다는 세상에 스스로를 최적화하는 기술을 학생들에게 훈육하며 현실에 개입하는 비판적 지식인을 교육하기보다 생계지향의 순종적 직업인을 양산하기에 부끄럼 없이 진력하고있다. 그러니 대학의 의미를 묻는 새내기 신입생들에게 대학은 직업양성기관이며 대학생은 취업준비생에 불과하다는 부정한 시대적 정의를 하릴없이 전달해야 할 난감한 지경이다.

허나 대학의 사전적 정의에는 여전히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교육기 관”이라는 구절이 명시되어 있다. ‘지도적 인격’이란 올바른 지식인을 의미할 터이다. 우리 대학 역시 ‘창의적 이고 개방적 지식인’의 양성을 교육 이념으로 적시하고 있다.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지식인과 그렇지 못한 지식인이 따로있는 것이 아니다. 창의적 이고 개방적인 자들이 지식인이다. 세상을 달리 상상하는 것이 창의이며 다른 세상의 도래를 꿈꾸고 실현하려 는 것이 상상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곳의 배치에 연연하지 않는 지식인들은 낯설고 이질적인 것에 열려있기 마련이며, 세상의 다른 배치를 열망하는 그들이기에 누구보다 변화에 예민 하고 능동적이다. 시류를 거스르면서 시대를 직시하고 시대의 너머를 상상 하는자들, 그들이 다름아닌 지식인이며 대학은 바로 이러한 지식인들을 양성하는 큰 배움의 터이다.

2018년 대학생이 된 청춘들에게 우리는 대학의 초라한 변질을 고백하기 보다 차라리 대학의 이정의를 온전히 회복하자고 제안하자. 하여, 대학의 의미따위 묻지 않고 학문의 가치를 굳이 고민하지 않으며 세상의 온전치못함을 성찰하지 않고 제속에서 솟구치는 의구심이나 불안은 힐링서적들 몇 권으로 짓누르고는 취업성공을 위한 스펙쌓기에 몰두하는 조로한 젊음을 청산하자고, 대학의 전락을 더는 방관하지 말자고, 청춘을 아니 인간을 철두철미 박탈하는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함께 중단시키자고 호소해 보자. 2018년 부산대인이 된 이들이라면 우리의 이 절실한 제의에 반드시 흔쾌히 응답하리라 믿는다. 이 용감하고 멋진 새내기들과 조우하게 될 2018년 봄은 그래서 더 없는 희망으로 못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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