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필자는 기사 소재를 찾던 중,한일 간지를 통해 부산 예술영화 전용관인 국도 예술관을 알게 됐다. 우리 지역에 예술영화 전용관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워 기사로 다뤄볼까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국도예술관이 올해 1월 말 영업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운영이 어려운 것은 알았으나 폐업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놀랐다. 국도예술관이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소식을 듣자마자 관련 기사를 찾아 읽었다. 표면적인 원인은 건물주와의 불화로 임대 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기저에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사업 변화 △대기업과의 경쟁 △관객 수요 부족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이 있었다. 이를 알 게 되자 더 이상 예술영화전용관 현실의 기사화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국도예술관의 폐업에 대해 부산시청과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들의 입장은 동일했다. 국도예술관의 운영 주체는 민간이 기에, 임대 계약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것이다. 법률에 따라 처리할 뿐이라는 말을 거듭 들으면서, 필자는 정부 정책과 예술영화전용관 관계자들이 원하는 정책의 간극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국도예술관 정진아 프로그래머와의 인터뷰를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10여 년간 운영 끝에 그는 예술영화전용관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를 비롯한 다른 취재 원들도 정부가 아닌 개인들이 예술영화전용관의 가치를 자각해 지켜내고 있는 실정이라 입을 모았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정부가 예술영화 전용관을 공공재로 인식하지 않는 시선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운영 주체가 민간이라는 이유로 예술영화전용관을 사적재로 바라본다. 그러나 예술영화전용관은 공공재의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문화예술거점 및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도예술관의 경우 관객의 다양한 영화취향을 존중하며, 상영관을 확보하기 힘든 감독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감독과 관객의 대화(Guest Visit)를 꾸준히 이어나가며 영화와 감독, 관객이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국도예술관이 지역자치단체의 공공시설만큼 기능했다는 부산 모퉁이 극장 김현수 대표의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다. 즉 국도예술관의 폐업은 예술영화전용관을 사적재로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을 역력히 보여주는 사례다.

기사를 준비하는 내내 전화기 너머로는 국도예술관을 사랑하는 이들의 안타까움 내지 체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앞으로 또 다른국도 예술관들이 계속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됐다. 이러한 필자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예술영화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제고가 필수적이다. ‘국도의 힘은 관객’이라는 말처럼, 오로지 관객의 힘으로 운영되던 국도예술관이 더 버티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버린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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