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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밝히는 예술영화전용관
  • 추예은 기자
  • 승인 2018.03.04 09:09
  • 호수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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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다양성을 추구해 영화 생태계를 지키고, 관객의 다양한 영화취향을 존중하는 예술영화전용관. 그러나 이들은 △정부의 예술영화전용관 관련 지원사업의 문제 △대기업 산하 직영 예술영화전용관의 등장 △한정된 관객 수요로 운영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영업을 중단한 부산예술영화전용관 국도예술관도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예술영화전용관의 현실을 과연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예술영화전용관의 현주소는? 

예술영화전용관이란 일반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 리 등의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 이다. 1990년대 후반, 멀티플렉스로 상징 되는 상업 영화관이 등장해 2000년대 이후 필름 배급과 영화상영을 독점하자, 대안 영화산업으로서 예술영화전용관이 등장했다. 이는 상업영화관에 대항해 영화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함이었다. 

예술영화전용관은 문화 향유 권리 증진에 기여한다. 대중의 취향에 맞춘 상업영화로 충족되지 못하는 관객들의 다양한 영화취향이 존중될 수 있기때문이다. 다양성 영화는 상업영화보다 상대적으로 흥행도가 낮아 최소한의 스크린 수를 확보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업영화와 다양성 영화가 공존하면서 영화 생태계가 보존되고 국내 영화산업은 발전한다. 

하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예술영화전용관 대다수가 운영의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관객들의 관심이 부족해 다양성 영화 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영화 상영만으로는 운영이 여의치 않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등의 전략으로 근근이 운영을 유지하기도 한다. 

부산예술영화전용관 국도예술관(이하 국도예술관)도 운영난을 겪다 올해 1월 말 영업을 중단했다. 2005년에 개관해 12년 동안 부산 예술영화의 구심점이었던 국도예술관의 폐업 소식은 부산 영화 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있다. 이곳에서 영화 <소성리>를 상영했던 박배일 감독은 “국도예술관의 폐업은 자본의 논리에 종속된 우리나라 영화관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라며 “아무리 좋은 문화 와 환경을 갖춘 영화관이라도 자본이 없 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 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이같은 사례는 비단 국도예술관뿐만 아니다. 국내 첫 예술영화전용관 이었던 ‘씨네코드 선재’도 2015년 폐업 했으며, 경상남도의 유일한 예술영화전 용관이었던 ‘거제아트시네마’도 2014년 문을 닫았다. 

영진위의 지원정책 변경 큰 위기로 다가오다 

예술영화전용관이 운영을 위해 고투하게 된 이유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 위)의 예술영화전용관 관련 지원사업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2002년부 터 2014년까지 시행하던 <예술영화전용 관 지원사업>을 돌연 2015년 1월에 <예술 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으로 변경했다. 이는 영진위가 외부 위탁 위원회를 통해 한해 선정한 48편의 영화 중, 26편을 상영 하는 지역 멀티플렉스 및 단관극장 35개 스크린과 배급사에 지원금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예술영화전용관의 상영 영화 편성 자율성 △관객의 영화 관람의 자율성 침해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들 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선정하고, 반정부적 성향의 영화를 상영하는 예술영화전용 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사업심사에서 탈락시켰다. 이에 따라 국도예술관 같이 자발적으로 정부 지원금을 거부하거나 블 랙리스트에 속해 2년간 지원금을 받지 못한 예술영화전용관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씨네아트 리좀 하효선 대표는 “당시 영진위 지원사업은 지원금을 대가로 영화 선정의 자율성을 침해했으며, 선 정된 영화가 관객에게 그다지 호응도 얻지 못했다”라며 “그 시기 전국에서 10개 예술영화전용관이 폐관했다는 사실이 지원사업의 파행을 증명한다”라고 지적했다. 국도예술관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다 이빙벨>과 같은 영화를 상영했던 것은 정부에 반하려는게 아니라 영화의 다양성을 추구했기 때문이다”라며 “영화관마다 각자의 특색에 따라 영화를 선정하는데 이를 정부가 선정할 시 영화관이 모두 획일화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윤창출이 어려운 예술영화전용관들에 게 영진위의 지원금은 중요하다. 다양성 영화가 흥행하는 경우는 드물어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운영 을 위한 지원금 확보는 필수적이다. 하효 선 대표는 “운영자 개인이 예술영화전용관의 필요성을 절감해 겨우 유지하는 현실”이라며 “정부가 예술영화전용관을 운영하지 않는 이상 이를 유지하기 위해 지원금 확보는 필수적이다” 라고 말했다. 

한편 영화진흥에 사용되는 예산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점도 문제다. 영진위 ‘2013~2016 영화발전기금 지역별 지원 현황’에 의하면,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하는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과 역시 예술영화전용관을 대상으로 하는 <시네 마테크 사업>의 지원금 책정 비율이 서울 특별시만 62%를 넘는다. 

대규모 자본에 '설상가상' 

대기업 산하 직영 예술영화전용관(대기 업 직영 상영관)과의 경쟁도 예술영화전 용관에게는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대기업 자본이 과거 충무로 중심이었던 국내 영화산업에 진출하면서 그 영역을 점차 확 대해나갔다. 영진위의 ‘2017년 전국 극 장현황 및 전국 멀티플렉스 현황’에 따르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의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점유율은 약94%에 이른다. 자본이 부족한 예술영화전용관은 대기업 직영 상영관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 영화 상영시간 및 일 수, 홍보와 시설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악 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CGV 아트하우 스 배급 영화인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사례처럼, 화제가 되거나 흥행한 다양성 영화들은 대기업 직영상영관이 독점 상영해 예술영화전용관의 상영기회를 박탈 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 및 비디오물 진 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예술영화전용관의 처지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작년 11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 원이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 일부 내용에는, 대기업직영상영관의 상영관 한 개 이상이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운영되토록 규정했다. 그러나 예술영화전용관의 관객 수요가 한정적인 현 상황에서 상영관을 확대하는 것은 예술영화전용관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상영관의 개수를 늘리기보다 기존 예술영화전용관의 회생과 유지에 힘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효선 대표는 “상영관 확대가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재 예술영화에 특화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예술영화전용관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 다”라며 “기존 영화관의 시설과 환경 개 선을 도와주는 게 지금으로서 가장 필요하다”라고 피력했다. 

정부와 시민의 관심으로 지키다 

예술영화전용관의 운영 안정화를 도모하는 방안에는 정부 지원사업 개선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예술영화전용관을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공성을 지닌다. 특히 예술 영화전용관은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흥행작만을 상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공재 역할을 한다. 또한 지역의 예술영화전용 관은 문화예술 거점으로서 기능하며 공공성을 함양시키기도 한다. 박배일 감독은 “예술영화전용관은 다양성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들이 모여 공동체 사회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공공재다”라고 말했다. 

반면 국도예술관 폐관은 정부가 예술영화전용관을 사적재로 여기는 시각을 드러 낸다. 부산시청은 국도예술관 폐관의 표면적인 원인이었던 건물 임대 계약문제를 민간영역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부산시청 영상콘텐츠산업과 김도현 주무관은 “국도예술관의 폐관 원인이 민간영역이라 달리 방법이 없었다”라며 “정부의 정해진 법률에 따라 처리했다”라 고 밝혔다. 영진위도 국도예술관 폐관에 대해 유사한 입장을 표했다. 영진위 다양성진흥팀 이선진 주임은 “국도예술관 관 계자와 건물주 간의 문제에 개입하는 것 은 불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정부의 제도개선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객들의 관심이 없다면 고유한 특색을 지닌 예술영화전용관이 점차 소멸해 영화관의 획일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퉁이 극장 김현수 대표는 “다양한 영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과 관객들이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예술영화전용관을 지원할 제도 마련을 위해 관객이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하효선 대표는 “시민이 예술영화전용관의 공공성을 인식함으로써 여론이 조성돼 정부의 지원이 촉구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추예은 기자  miin2030@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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