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가 밝고 1월의 끝자락이 다가올 때쯤 나에게는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장애학생지원센터 주최로 2박 3일간 일본으로 떠나는 ‘하나로 캠프’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가는 일본이었기에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으로 떡갈비 볶음밥을 먹은 뒤 일본에 도착할 때쯤 창밖을 보니 하얀 눈으로 뒤덮인 풍경이 눈에 띄었다. 내가 사는 곳인 울산에서는 정말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었기에 조금이라도 더 눈이 내린 풍경을 내 눈에 담고 싶어서 창밖만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어느새 약 1시간 30분 동안의 하늘길을 따라가는 비행은 끝이 났다. 

본격적인 여행일정을 시작하기 위하여 모두가 버스에 탑승한 후 오다이바로 갔다. 그곳에서 유니콘 건담 모형을 관람 후 도청 전망대에 가서 야경을 관람한 뒤 샤브샤브 저녁 식사를 끝으로 1일 차 일정을 마무리했다. 2일 차에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이 있다. 바로 군마대학교 탐방이다. 군마대학교에서 교육학부에 재직 중이신 임용재 교수님을 뵈었는데 교수님께서도 우리처럼 몸이 조금 불편하셨다. 교수님께서는 몸이 불편하시지만 먼저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당당히 하셨다. 그다음 우리에게 그동안 장애라는 높은 벽을 스스로가 노력해서 극복하신 경험들을 바탕으로 여러 조언을 해주셨다. 자신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교수님이 멋져 보였고 자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라는 말씀이 나에게는 정말 와 닿았다. 나는 한 사람을 상대할 때 상대방이 ‘장애가 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상대방이 나의 요구에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어서 처음 만난 사람과는 친해지기 전까지 쉽사리 먼저 말을 건네지 못한다. 때문에 내가 필요한 도움 역시 잘 요청하지 못한다. 하지만 임용재 교수님의 말씀을 들은 후 많은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고 이제부터는 조금씩 달라져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게 군마대학교 탐방을 마지막으로 2일 차 일정을 마무리했고 3일 차에는 센터장님이 사 주신 맛있는 멘츠 카츠와 함께했던 아사쿠사 신사 관람, 야마시카 공원 관람, 요코하마의 아카렌가 창고 관람을 끝으로 모든 여행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하나로 캠프를 통해서 다들 몸이 조금 불편한 이유로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소속되어 있지만 학교에서는 각자 학과와 수업이 다르니 거의 만나지 못했던 선배들 동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여행 가기 전에는 다양한 취미와 개성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었지만 2박 3일 동안 함께 보고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하나 된 우리의 모습을 보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고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덧붙여 우리가 여행에서 하나가 된 것처럼 우리나라의 수많은 장애우 중 한 사람으로서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장애우들과 비장애우들도 차별과 편견 없이 모두가 웃으며 하나 되는 따뜻한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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