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녹색으로 일렁이는 바다, 이와 대비되는 붉은 태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다의 풍경은 깔끔한 채색법 대신 느슨한 붓질로 그려져 붓 터치 자국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 그림은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로 ‘인상주의’의 시작을 알린 그림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실내에서 실체를 가공해 그리던 전통회화방식을 탈피하고자 했다. 실내에서 보는 밖과 실제 풍경이 달랐고 햇빛의 세기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생생한 풍경을 담기 위해 이젤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실내와 달리 바깥은 빛에 따라 모습이 변했고, 그들은 빛을 그림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의 노력은 거친 붓 자국에서 드러난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담기 위해서 빠르게 붓질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물의 형태가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실외 작품 활동은 ‘튜브 물감’의 발명을 통해 가능해졌다. 잘 굳지 않고 휴대하기 편한 튜브 물감이 발명된 후에야 화가들이 실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또한 사진기의 발명은 인상주의에 영향을 끼쳤다. 사진기가 발명된 후 화가들은 더 이상 사실 그대로 그리는 방식으로는 사진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들이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인상주의 발전이 이뤄졌다.

인상주의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기도 했다. 다음 그림을 보면, 사과 바구니가 상자 위에 올려져 있고 구겨진 천 위에 사과들이 놓여 있다. 가지런하게 쌓여있는 쿠키를 통해 화가의 의도적인 구도 배치를 알 수 있다. 이는 폴 세잔의 <병과 사과 바구니가 있는 정물>로 빛을 담기 위해 전체적으로 명료한 색감이 띄는 작품이다. 앞서 보았던 모네의 그림에는 사물의 형태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이 그림에서는 비교적 뚜렷한 형태가 드러난다.

이렇게 인상주의는 폴 세잔 외에도 고흐, 고갱을 거치면서 발전해나갔다. 초기의 인상주의는 보이는 대로 그려 작가의 자유로운 표현력을 제한하고 사물의 형태가 흐려지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후기 인상주의자들은 이런 초기 인상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중에서 세잔은 흐려진 형태를 명료하게 나타내는 데 중점을 뒀다. 고흐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나아가 자신의 내면 감정을 그림에 섞어 넣기도 했다.  

빛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하는 풍경을 그림에 사실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던 인상주의는 전기와 후기를 거치며 입체파와 표현주의 등 현대미술의 토대가 됐다. 허정임(부산교육대 미술교육) 교수는 “인상주의는 미술에서 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이 크다”며 “인상주의를 통해 다양한 색채 사용과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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