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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다짐
  • 이광영 간사
  • 승인 2017.12.03 07:16
  • 호수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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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건 정말 고된 일이다.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가 힘들다. 어떤 방면의 전문가도 아니거니와 넓은 식견이나 창의적인 사고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치는 것도 아니다. 잘 알지 못하거나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가 화두로 떠오르면, 짧은 시간 내에 많이 공부하고 깊이 생각해야 형태나마 온전한 글을 완성할 수 있다. 그렇게 탈고(脫稿)해도 탈고(脫苦)하진 못한다. 인쇄된 활자가 필자의 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탓이다. 또래에 비해 많은 글을 써왔지만, 쓰면 쓸수록 그저 민망할 뿐이다.

사실 처음부터 글쓰기가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학과 특성상 대부분의 과제가 글을 써내는 것이라 무심했고, 또 기자로 활동할 때에도 기사를 쓰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았다. 조사나 취재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을 정상적인 문장으로만 다듬으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칼럼’을 쓰던 날, 그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난삽한 문장들과 쓸데없는 미사여구, 그저 멋 부리는데 온 힘을 다한 글을 무의미하게 찍어냈을 뿐이었다. 다시 읽어보려면 큰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끔찍한 글이었다. 그때부터 글 쓰는 게 조금 꺼려졌다. 신문사 간사 직을 수락했을 때도, 고정 칼럼을 써야한다는 건 꽤나 스트레스였다. 고정란을 갑작스레 없애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주간 교수님의 압박 아닌 압박, 또 후배 기자들의 (나름) 간곡한 부탁에 마지못해 써왔을 뿐이다. 일 년이 넘도록 글을 쓰며 수백 번도 넘게 힘들어했고, 이 글을 써내려가는 지금도 여지없이 괴롭다.

그럼에도 글을 계속해서 쓰는 건 일종의 자기만족 때문이다. 흡족한 글을 써냈을 때의 만족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성취감이다. 가끔이나마 자랑할 만한 글이 나오는데, 꽤나 논리정연하고 주장이 뚜렷하며 문장이 확실하고 표현이 적확한 결과물이 그렇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 많이 공부했고 또 많이 생각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대견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나아가 한 사람이라도 글을 읽어주고 이에 대해 생각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물론 대학신문의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칼럼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힘들지만, 한 톨의 효능이나마 느낄 수 있다는 건 필자에게 큰 기쁨이었다. 어떤 문제건 이를 위해 필자가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이 이뿐이었기에 그렇다. 덕분에 지금은 글을 쓰기 전에, 잘 모르지만 생각해보고 싶거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주길 바라는 주제를 선택하곤 한다.

어느덧 한 해의 끝이 다가왔다. 그동안 스무 편 남짓의 칼럼에서 여러 얘기를 해왔는데, 기쁘게도 세월호 수색작업은 이뤄졌고 악랄했던 전 대통령도 탄핵됐다. 하지만 금샘로 개통 문제는 진행형이고, 성주 주민들은 괴로움 속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며, 언론의 오보도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언급하지 못한 문제들도 산적하다. 때문에 조금 이른 새해 다짐을 하려 한다. 만족감보다 괴로움이 훨씬 크기에 계속 글을 쓸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 어떤 자리에 있을지 또 어떤 수단을 쓸지도 확언할 수 없다. 다만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단골 레퍼토리인 금연이나 운동은 작심삼일에 그칠 것 같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꾸준히 또 반드시 지키고 싶다. 딱 일 년 전 칼럼에 등장했던 ‘낙제한 친구’가, 어제는 합격 소식을 들고 올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광영 간사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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