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피터 파커가 사용하는 인공 거미줄은 생체모방학을 잘 활용한 사례다. 생체모방학(Biomimetics)이란 생명을 뜻하는 ‘Bios’와 모방, 흉내를 의미하는 ‘Mimesis’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자연 속 디자인 요소나 생물체의 특성을 연구해 모방 기술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학문이다. 
 

생체모방학은 ‘재닌  베니어스의 3분류’와 ‘마크아리에의 5분류’로 구분된다. 먼저 재닌 베니어스는 생체모방학의 영역을 △설계 모델 △판단 기준 △조언자로 나눴다. 설계 모델 영역은 시중의 제품들이 자연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만들어졌다는 의미이며, 판단 기준 영역은 생태계를 세 유형으로 나누고 이를 모방하면서 정교한 기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음을 알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조언자 영역은 자연을 조언자로 여기며 그들의 특성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마크아리에의 5분류는 생체모방학을 △구조와 재료 △기구와 공정 △행동과 제어 △감각기관과 의사소통 △세대 간 모방, 총 5개의 분야로 나눈다. 이는 자연의 어떤 특징을 모방하는지를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예를 들어 구조와 재료 영역의 경우 식물의 구조를 모방하는 연꽃잎의 연꽃잎 효과를 모방하는 기술이 포함된다. 연꽃잎 효과란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방울형태가 표면 위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행동과 제어 영역은 동물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해서 나온 결과를 관찰한 후 모방하는 행동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한다.

생체모방학이 학문 분야로 등장한 것은 1997년 재닌 베니어스가 <생체모방> 책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하지만 그 역사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들은 과거부터 자연과 다른 생물들을 관찰하면서 필요에 맞는 지식을 적용함으로써, 이미 생체모방을 하고 있었다. 원시시대에 사용했던 칼과 화살촉 등의 사냥 무기들도 짐승의 발톱을 모방해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에 생체모방학을 적용한 사례로는 자연의 생존 기술을 모방한 ‘게코 테이프’와 ‘전신 수영복’ 등이 있다. 게코 테이프란 수직의 벽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도마뱀붙이의 특징을 이용해 접착력이 강하지만 쉽게 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전신 수영복은 상어지느러미에 있는 물의 저항을 줄여주는 작은 돌기를 모방해 기록을 단축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자연의 생존기술뿐만 아니라 생물의 성분을 모방하는 경우도 있다. 그 예로 바닷속에서도 고체의 표면에 강하게 붙어있는 홍합의 특성을 이용한 접착제가 있다. 현재의 생체모방학은 새로운 생체물질과 지능 시스템을 만들고 생체 구조를 모방하여 새로운 장치를 구상하고 광학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현실에서도 영화 속 스파이더맨이 사용하는 거미줄을 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가능하다’이다. 거미줄은 투명에 가까운 색이고 가늘지만, 강철보다 강해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국내에서도 생체모방 기술을 활용해 인공 거미줄을 만들거나 거미줄을 얇게 뽑아내는 방법을 모방한 기술이 개발 되고 있다. 2010년도에는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 교수가 거미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어 고강도의 거미실크 단백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개발된 인공 거미줄은 강철보다 강한 성질로 실제 거미줄과 거의 비슷한 강도였다. 이를 통해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스파이더맨을 만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