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문 앞, 유쾌하게 한국어로 인사하며 구상아(영어영문 4) 씨의 자동차에 올라타는 Jens Bengtsson(국제언어교육원 한국어강좌정규과정) 씨. 상아 씨도 반갑게 맞이하며 “곧 석가탄신일이 다가와 볼거리가 다양한 범어사에 가는 것은 어때요?”라고 제안한다.

 

우린 공통점이 많아요
  범어사로 향하는 차 안. 그들은 영어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친해진다. 젠스 씨는 “저는 대련(大連)에서 공부했는데 상아는 어디서 공부했어요?”라고 묻는다. 상아 씨가 “저는 길림대에서 공부했어요”라고 대답하자 그들은 유창한 중국어로 중국의 문화와 음식 등의 얘기를 늘어놓는다.


  초파일을 기념하기 위해 수많은 연등이 달려있는 범어사에 도착. 젠스 씨가 이게 무엇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상아 씨는 연등 밑에 달린 종이를 가리키며 “이 종이에 가족들의 이름과 주소를 적고 연등에 불이 밝혀지면 가족에게 복이 온다는 믿음이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상아 씨의 빠른 한국어에 젠스 씨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상아 씨는 영어로 한국문화에 대한 그의 궁금증을 다시 한 번 풀어준다.

 

서로를 알아가며
  범어사를 내려오는 길에 5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젠스 씨가 “한국어는 예외가 적어 논리적이지만 존댓말은 너무 어려워요”라고 한국어에 대한 분석을 한다. 그러자 상아 씨는 “스웨덴어로 ‘안녕’이 뭐에요?”라고 묻는다. 젠스 씨는 씽긋 웃어 보이며 “헤이(hej)에요”라며 “그래서 할아버지에게도 ‘헤이’라고 해요”라고 말하자 차 안은 웃음바다가 된다.


  자신의 전공 외에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있는 상아 씨는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에 관심이 많다. 그녀가 “스웨덴은 복지국가라서 세금이 부담될 텐데 반발하는 사람은 없어요?”라고 묻자 젠스 씨는 “불평하는 사람도 찬성하는 사람도 많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는 “제가 외국에 유학 올 수 있었던 것이 정부의 지원 덕분이에요”라고 덧붙인다. 자비로 유학을 온 젠스 씨는 정부에서 75%나 지원을 해주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삼계탕과 김치를 좋아하는 노랑머리 외국인
  고픈 배를 달래기 위해 그들은 동래로 향한다. 부쩍 더워진 요즘, ‘이열치열’을 젠스 씨에게 가르쳐주고 싶다는 상아 씨의 추천으로 동래에서 가장 유명한 삼계탕 식당을 찾아간 그들. 한국적 색채가 짙은 식당에 들어서자 가게 안의 모두의 시선이 키가 큰 노랑머리 외국인에게 집중된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게 인삼주와 김치를 맛보며 흐뭇해한다. 상아 씨가 “평소에는 어떤 음식을 먹어요?”라고 묻자 젠스 씨는 “스웨덴에서는 감자와 고기가 주식이에요”라며 “한국에서는 제육덮밥과 돈까스를 주로 먹어요”라고 말한다.


  저녁 식사를 끝낸 후 동래 재래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며 그들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난다. 다음에는 젠스 씨와 상아 씨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기로 약속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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