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영문표기는 한 때 Pusan이었다. 십 수 년 전 그것이 Busan으로 바뀌면서 부산대학의 영문명도 BNU가 될 뻔하였다. 이 때 많은 학내 교수님들이 적극 반대의견을 개진하였다. 이미 PNU 교수라는 직함으로 국제적인 학회활동을 하고 있는데 학교 이름이 BNU로 바뀌면 다른 대학 소속으로 인식된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외국인들에게 BNU는 PNU와는 다른 대학으로 보인다. 저들은 한국 행정 당국의 영문명 변경 원칙에 대해 알 까닭이 없다. 그 덕에 부산이 Busan이 되어도 PNU란 이름은 살아남았다.
 
부산대학교로 향하는 인근의 도로표지판에 영문표기는 ‘Pusan Nat’l Univer’ 또는, ‘Busan University’ 등 제 각각이다. 학교 정문으로 향하는 길 이름은 아예 ‘Busandaehakro’이다. 
 
학교 명칭은 Pusan National University, 길 이름은 한글로 ‘부산대학로’라 쓰고, 영어로는 PNU St. 정도로 써주면 안 되는 것일까. 지금처럼 제각각 엉망인 표기를 보고 부산대학에 처음 오는 외국인들이 모두 같은 대학이라 인식할 수 있을까. 외국인들의 인식은 둘째 치고, 자기 영문이름도 정확하게 알리지 못하는 대학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도로표지판은 대학의 관할사항이 아니라 행정당국이 주관한다고 한다. 그 행정당국은 부산대학교의 고유명칭 표기에 대해서는 대학의 의견을 물어보고 존중하면 안 되는 것일까.
 
이런 사소한 것들이 문득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오래전 필자가 미국유학 시절 방문했던 프린스턴 대학의 기억이다. 그 대학 앞의 쇼핑몰, 그러니까 햄버거 가게, 서점, 장식품 가게 등등이 모여 있는 대학 앞의 흔한 쇼핑몰이었는데, 하나같이 모두 대학의 품위를 손상치 않으려고 짙은 갈색의 톤으로 동일하게 꾸며져 있었다. 당시 들은 말은 이 쇼핑몰은 대학의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튀지 않고 고상하게 꾸미기로 했다는 것이다. 명문 대학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존중하겠다는 태도, 이것이 바로 대학의 이름값이다.
 
이름값은 그 이름이 대표하고 있는 가치와 내용을 타인들이 인정하고 존중할 때 생겨난다. 내용의 실질여부는 차치하고, 지금 SKY라는 이름으로 대단한 이름값을 받고 있는 서울의 세 개 대학들이 있다. 그 K대와 Y대가 예전에는 PNU에 비해 등록금이 비싼 대학이었지, 더 좋은 대학으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하늘’ (Sky)의 반열에 올랐고, 부산대학교는 땅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종종 이야기 하며 부산대학교는 ‘저평가 우량주’라고 힘주어 말한다. 
 
지금 교수회의 전언에 의하면, 부산대학교 캠퍼스를 관통하겠다는 금샘로 공사에 반대하는 부산대학교를 향해 이 지역 국회의원과 행정관료가 매우 호통을 치고 나무란다고 한다. 공사계획의 내용은 잘 모르지만 이건 정말 궁금하다. 부산대학교의 학습권을 우습게 여기는 이 분들에게 PNU의 이름값은 대체 얼마일까.
김진영 (정치외교학) 교수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