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양과목이 폐강됐다. 몇 장의 사진이 문제였다. ‘관음증’에 대해 강의하는 과정에서 불법촬영물인 ‘몰래카메라 사진’을 자료로 제시한 것이다. 한 수강생이 이 사실을 학내 커뮤니티에 게재하며 문제가 불거졌고, 와중에 외부 언론이 제보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해당 강의 교수가 폐강을 결정했다. 문제를 지적받았던 두 분반의 교수 모두 이 사실을 강의 시간에 밝혔고, 겨울계절수업 폐강강좌가 공고된 지난 금요일에 공식적으로 폐강됐다. 워낙 유명했던 강의다보니 학내 커뮤니티에서 폐강 과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필자도 수강했었던 과목이기에 이들의 아쉬움을 일정부분 이해할 수 있었으나, 문제를 제기했던 이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태도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었다.

본질은 ‘몰래카메라 사진’을 강의 자료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수강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거나 더 큰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였을지는 모르나, 이는 명백한 ‘폭력’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 활용 목적이나 방식을 두고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적어도 불법촬영물 피해자에겐 ‘2차 가해’와 다름없는 일이다. 세 학기에 걸쳐 다수의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이번 학기에는 한 학생이 이를 직접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작 얼굴을 ‘모자이크’하는 정도로 대처한 건, 담당 교수가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폐강을 알리는 과정 역시 적절치 않았다. 겨울계절수업 폐강강좌 공고에서는 각 분반의 폐강사유를 ‘인원 미달’과 ‘담당교원의 국외 장기출장에 따라 수업 불가’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담당 교수들은 강의 시간에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공론화한 것’이 못마땅하다는 태도를 내비치며 자의적인 폐강이었음을 넌지시 알렸다. 물론 30년 가까이 이어오며 애정 어렸을 강의를 그만둔다는 건 매우 안타까울 테고, 또 ‘그렇게까지 했어야했나’라는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다만 제보자의 행동이 성급했을지언정 잘못한 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담당 교수에게 성적이 매겨지는 학생들은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색을 강요했던 철학과 교수가 파면되고 폭행을 일삼던 부산대병원 교수가 징계를 받은 게 고작 수 년 내의 일이기에,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가장 안타까운 건 학생들의 반응이다. 교수의 발언이 커뮤니티에 전해지자, 폐강에 아쉬움을 표하던 이들이 화살을 ‘제보자’에게 돌렸다. 원색적인 비난은 익명에 기대야만 용감할 수 있는 불쌍한 치들의 작태라 치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주장들이 넘쳐났다. 이들은 제보자를 ‘비겁’하게 ‘을질’하며 ‘다른 학생의 수강권을 침해’한 파렴치한이자 ‘여러 학우들 인생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은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아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지’라며, ‘사소한 것까지 내부고발 바로 찍찍 내버리는’ 제보자는 ‘기업에서 뽑지 않는다’는 훈계도 잊지 않았다. 그들 말마따나 ‘요즘같이 인권 챙기는 세상’에, 정당하게 문제제기 하는 게 그리 지탄 받아야 할 일인지 의문스럽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을 저지르고 ‘대처’가 미흡했으며 폐강을 ‘결정’한 건, 바로 담당 교수들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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