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취재와 자료수집을 통해 재구성됐습니다.

 

일은 했지만 돈은 못 받는다

예능프로그램 서브작가로 일하고 있는 A씨는 3개월 동안 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기획안을 수십 번 수정하고 휴대전화가 닳도록 섭외 전화를 돌렸다. 그렇게 프로그램 기획안을 완성하고 출연진을 섭외했다. 자신의 작품이 TV로 방영된다는 기대감과 이 경험이 나중에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3개월을 버텼다. 하지만 밤잠을 설쳐가며 만든 작품은 방영되지 못했다. 책임 프로듀서와 제작사 간의 감정 마찰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방송사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금을 주기 어렵다고 했다. 같이 일했던 PD들은 회사의 정직원이라 월급이라도 나오지만 본인들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한 지난 3개월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다. A 씨는 억울한 마음에 동료 작가들에게 하소연해봤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본인이 프리랜서라는 것과 근로 계약조건이 효력 없는 구두로 공지됐다는 점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업무도, 고용도 정해진 건 없다

B씨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의 막내작가로 일하고 있다. 요즘 그를 괴롭히는 것은 ‘프리뷰(Preview)작업’이다. 프리뷰작업은 방송작가들 사이에서 ‘잡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촬영본에 담겨있는 대화 내용을 단순히 옮겨 적는 일로, 촬영본은 하루 동안 촬영된 3~4시간짜리 영상이다. B 씨는 단순 노동에 불과한 이 일이 대본을 창작해야 하는 본인의 업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3~4시간짜리 영상을 꼼꼼히 보느라 원래 업무가 미뤄지는 것도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B 씨는 선배를 찾아가 “프리뷰는 본래 우리 업무가 아닌데 왜 해요?”라고 물었다. 선배는 전문 속기사를 쓰면 제작비가 나가니 기존작가를 데려다 쓰는 거라고 말했다. 덧붙여 “지난번 회식에서 메인작가님이 담당PD에게 작가들 프리뷰 작업시키지 말라고 했다가 담당 PD가 다음 개편 때 잘라버리겠다는 둥 난리도 아니었다”는 일화도 들려주며 막내작가가 따질 일이 아니라고 했다. B 씨는 혹여나 해고될까 싶어 불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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