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제인>(감독 조현훈ㅣ2017)
사람 간의 마음은 시소 같다. 한쪽의 마음이 더 무거워지면 반대쪽은 위치가 높아져 상대방을 내려다보기 마련이다. 감정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 쪽은 상대방을 올려다보며 사랑을 갈구한다. 영화 <꿈의 제인>은 사람과의 관계 속 상대방 보다 낮은 높이에 놓인 두 사람의 이야기와 그들의 만남을 그린다.
 
“저는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 거에요” 대사의 주인공은 가출청소년 소현(이민지 분)이다. 소현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며 쉽게 의지한다. ‘가출 팸’에 계속해서 속해있으려면 바싹 엎드려 남에게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 소현은 관계의 희박한 가능성을 마주할 때마다 이를 놓치지 않고 매번 성급하게 믿어버린다. 가출청소년이 부딪히는 피폐한 현실에 어린 소현의 모습은 애처롭다. 어느 날 소현은 트렌스젠더 바에서 제인을 만난다. 제인은 트렌스젠더 바 무대 위 만인의 연인이다. 사람 곁을 좋아해 늘 다른 사람에 둘러싸일 수 있는 무대 위에서 공연한다. 하지만 무대 밑으로 내려오면 제인은 외롭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매일 홀로 욕실에서 눈물 흘린다. 자신은 외로운 감정을 감추려 했지만, 결국 제인도 남에게 사랑받기 위해 홀로 일방적인 사랑을 하고 있었다. 제인과 소현 모두 사랑해서 사랑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기 위해 사랑하고 있었다.
 
제인은 자신과 외로움을 드러내는 방식은 다르지만 속마음은 똑같은 소현을 알아보고 손을 내민다. 소현의 인간관계는 늘 상처로 끝났지만 제인과의 관계에선 달랐다. 제인은 소현과 자신이 거둔 가출 청소년들에게 함께 사는 삶이 주는 행복을 강조한다. 태어날 때부터 이어진 긴 불행 속에 이들의 만남은 시시한 행복의 순간들을 ‘드문드문’ 가져온다. 소현은 제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사람들의 곁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영화는 트랜스젠더와 가출청소년이라는 등장인물로 특별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인간의 외로움이 유발하는 불행을 보여주고 있다. 
 
소현은 매번 제인으로부터 자신의 기대보다 더한 위로를 얻는다. 어쩌면 제인과 소현은 서로 감정의 무게가 조금도 차이 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감정의 무게가 같은 두 사람이 만나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꿈’에 가깝다. 사람은 상대방이 나를 조금 더 좋아한다고 느끼면 금세 우위에 서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더 좋아하는 쪽은 쉽게 상처받고 싶지 않아 자신을 감추고 다른 사람을 완전히 믿지 않으려 한다.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제인의 대사이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면 안절부절못하지 않고 늘 여유로워야만 한다. 하지만 인간의 정 외에 다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이를 방해한다. 함께 있고 싶어 누군가에게 집착할수록 외로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에 집중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 지친 그들에게 이런 말은 너무도 가혹하다. 타인이 존재하는 이상 이들은 의존하고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진심이 중요하다고들 늘 말하지만, 실제로 진심을 드러내면 끝이 나고야 마는 관계가 씁쓸하게만 느껴진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