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 국제공동연구그룹 ‘스타(STAR)’의 우주최강 소용돌이 발견이 <네이처(Nature)> 표지 논문을 장식했다. 해당 연구에는 우리 학교 유인권(물리학) 교수도 참여했다. 

우주 탄생의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과학계는 이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어디서 왔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이다. 최근 이 비밀을 푸는데 도움이 될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우리 학교 유인권(물리학) 교수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그룹 ‘스타(STAR)’가 우주 최강 소용돌이를 발견한 것이다. 그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번 연구 논문이 <네이처(Nature)> 표지 논문을 장식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교수님께서 해당 연구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우주 최초의 비밀을 밝힌다는 데 매력을 느꼈어요. 사실 소용돌이를 발견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우주 탄생 때 ‘쿼크-글루온 플라스마(Quark-Gluon Plasma)’라는 물질이 있었는데, 우리는 이것을 관측하기 위해 연구했죠. 때문에 소용돌이를 발견한 것은 이 과정에서 생긴 부차적인 결과물이었어요. 

*쿼크(Quark) :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따라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입자
*글루온(Gluon) : 쿼크를 엮어 놓는 매개 입자

△앞서 말씀해주신 ‘쿼크-글루온 플라스마’란 어떤 물질인가요?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쿼크(Quark)로 구성돼있어요. 쿼크는 양성자와 중성자 속에 속박돼 자연 상태에서는 관찰될 수 없죠. 그러나 우주 탄생 때 아주 잠깐 쿼크가 자유로운 물질 상태였던 때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쿼크-글루온 플라스마예요. 쉽게 말해 쿼크로 이뤄진 가스 같은 건데, 우리는 쿼크-글루온 플라스마가 어떻게 양성자와 중성자 속에 속박돼 들어간 것인지를 밝히고자 해요.

△우주 최강 소용돌이는 어떻게 발견하시게 됐나요?
먼저 아주 큰 강입자 가속기를 동원해 입자들을 충돌시켰어요. 입자 충돌 시에는 정면충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빗김 충돌도 존재해요. 특히 정면충돌에서 얼마나 빗겨서 충돌됐는지에 따라 실제 생성된 물질상태들에는 차이가 있죠. 충돌 이후 튀어나오는 입자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최종 입자들의 궤적이나 물리량들을 역추적해 충돌 초기의 상태를 재구성했어요. 쿼크들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순간은 너무도 잠깐이라 관찰할 수 없어요. 때문에 입자 중 상당히 오랜 시간 존재하는 람다 입자를 이용했죠. 이 입자는 나름의 스핀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물질들의 스핀과 상호작용을 해요. 원래 어느 방향에서나 동일한 양의 람다 입자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특정 방향으로 치우치는 분극 현상이 관찰됐어요. 이를 정량적으로 나타낸 분극도(Polarization)로 쿼크의 소용돌이도(Vorticity)를 추론할 수 있었던 거죠. 

*스핀 : 입자의 자전 운동
*분극도(Polarization) : 물리량 중 하나인 스핀의 분극정도를 정량적으로 나타낸 수치
*소용돌이도(Vorticity) : 유체의 소용돌이 정도를 정량적으로 나타낸 변수

△이전에는 이러한 소용돌이를 측정할 수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 와서 가능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소용돌이를 측정할 수 없었던 이유는 기술력과 통계량이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소용돌이를 측정하려면 입자 가속기와 검출기 그리고 입자들을 분석할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들이 구비돼야 가능한 일이었던 거죠. 

△이러한 발견이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소용돌이 발견은 쿼크-글루온 플라스마가 어떠한 성질을 갖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예요. 이 물질은 빅뱅 당시 존재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데, 해당 발견으로 우주 탄생 비밀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거예요. 사실 이전부터 쿼크-글루온 플라스마가 완전유체(Perfect Fluid)라는 점은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실험으로 빗김 충돌의 정도와 충돌에너지에 따라 쿼크-글루온 플라스마의 점성이 점차적으로 없어진다는 게 확실해진 거죠.   

*완전유체 : 점성이 전혀 없는 가상의 이상유체

△‘스타(STAR)’ 연구진은 17년간 핵충돌 실험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때문에 해당 발견이 끝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주 탄생 당시 쿼크는 아주 잠깐 자유로운 물질이었어요. 쿼크-글루온 플라스마라는 가스로 존재했던 거죠. 하지만 현재 쿼크는 강입자 속에 속박돼있어요. 이렇게 된 이유와 과정은 아직 미스테리인데, 우리는 이를 풀어보고자 해요. 쿼크-글루온 플라스마가 1차 상전이 되는 즉, 쿼크가 강입자 속으로 속박돼 들어가는 순간을 포착해보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자연계의 기본 4가지 힘 중 강한 핵력의 중요한 성질을 파악할 수 있게 돼요.

*핵력 : 원자핵 내에서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핵자 사이의 결합력

유인권(물리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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