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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 김미주 기자
  • 승인 2017.11.19 07:13
  • 호수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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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조금 떨어져서는 따뜻하고, 가까이 가면 뜨겁다. 그리고 멀리선 어둠속에서 밝게 빛난다. 1년 전 수만 개의 촛불들은 부산을 수놓았다. 어둠 속에서 모두 같은 상태가 된 시민들은 하나의 뜻으로, 한 가지 색의 빛을 밝혔다. 뜨거웠던 부산의 촛불집회가 참가자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아있을까. 필자는 시민들이 똘똘 뭉쳐 화끈함을 보여준 부산의 촛불 집회가 그들에게 어떤 변화들을 가져왔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촛불은 따뜻했다. 촛불은 타인의 어려움에 관심을 두고 공감을 이끌어 냈다. 부산의 촛불 집회는 시민들의 자유 발언이 두드러졌다. 한 취재원은 발언대에 선 편의점 아르바이트 청년이 생각난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청년은 ‘박근혜가 퇴진하면 제 삶이 바뀌나요?’라고 질문했다. 대학생인 필자도 마치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씁쓸해졌다. 그뿐만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학생 등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전 정권의 폐단과 함께 보도되었다. 촛불은 시민들이 이러한 서로의 아픔을 알게 해주었다. 

촛불은 뜨거웠다. 전 정권을 몰아내고자 하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촛불은 타올랐다. 기득권 세력에 의한 패배감에 지친 시민들의 감정은 현장에서 더욱 고조됐다. 이러한 감정과 하나의 목표는 시민들의 가슴을 타오르게 했다. 특히 부산은 시민들의 주도로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연일 촛불 시위가 성사됐다. 뉴스로 전해진 시위의 현장은 필자에게 마치 축제의 열기처럼 느껴졌다. ‘하야송’의 가사를 외치며,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하나가 된 그들의 이야기만으로 가슴 벅찼다. 뜨겁게 타오르는 촛불은 일반 시민들이 무거운 정치 사안의 해결에 쉽게 동참하도록 했다. 

촛불은 어둠을 밝혔다. 촛불은 전 정권의 그늘에 숨어있던 국정농단의 책임자들을 하나둘 밝혀내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드러났던 일련의 부정적인 사건들에 대한 상관관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부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종 난개발에 숨어있는 유착 관계 등 각종 폐단의 절정에 이른 엘시티 사업도 이에 해당한다. 서서히 보도를 통해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 지방 깊숙이 숨어있던 적폐까지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가 퇴진했다. 촛불 시위가 이뤄낸 가장 큰 업적이다. 일상으로 돌아간 시민들에게 1년 전 시위가 가져다준 변화는 크다. 정치는 일상 속 대화의 소재가 되었고, 연령대가 높은 일부 보수 지지층마저 전 정권에 등 돌리게 했다. 하지만 아직 어느 하나 해결된 것은 없다. 아직 사회에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로 고통받는 약자들이 있다. 이를 초래하는 세세하게 스며든 폐단들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촛불은 이론이 아닌 실제 경험을 통해 시민들에게 주권자로서의 의식을 일깨웠지만, 그 신념이 전 정권을 몰아낸 것에 안주해 무뎌질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촛불은 꺼져서는 안 된다. 항상 꺼내 보일 수 있도록 누구나 가슴에 꺼지지 않는 촛불 하나쯤은 품고 있길 바란다. 언제까지나 촛불이 타인을 따뜻하게 하고, 함께 뜨겁게 타오르고, 어두운 응달을 밝힐 수 있도록.

 

김미주 기자o3oolo@pusan.ac.kr

김미주 기자  o3oolo@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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