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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이름의 무게
  • 추예은 기자
  • 승인 2017.11.19 05:26
  • 호수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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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20일) 발행된 1553호 <부대신문>을 집는다. 적당한 장소를 골라 앉은 후 신문을 한 장, 넘긴다. 그리고 눈길이 멈춘 기사를 읽어 내려간다. 그 기사의 맨 끝, 바이라인에는 ‘추예은 기자’라고 적혀있다. 문득 당신은 궁금해진다. 이 기사를 쓴 사람은 어떤 이일까, 하고. 

신문사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 나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살았다. 머릿속에는 늘 쓸데없는 생각들이 가득했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책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관심이 갔다. 그런 내게 현실의 일을 좇는 기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다. 나는 갑자기 현실에 툭, 던져진 기분이었고 기자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를 체감할수록 힘겹기만 했다. 

기자로서 내가 지닌 부족함을 알아가면서부터 그 무게는 점차 더해졌다. 일의 진위를 가려 사실을 전달하기까지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취재 전 사안을 이해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보다 느렸다. 자료 정리를 몇 번 더 하고, 동기들이나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알았던 적이 많았다. 취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취재원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되물어보기가 두려워 알아들은 척 넘기거나, 잘못 이해해 뒤늦게 기사를 수정한 것도 부지기수였다. 또한 내성적인 성격 탓에 처음 보는 취재원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것이 난감했다. 예민한 문제를 건드리는 질문을 해야 할 때면 긴장이 되곤 했다. 직접 대면하지 않는 전화 취재를 할 때조차 한참 고민하고 나서야 전화기를 집을 정도였다. 

기사를 쓰는 것도 순탄치 않았다. 나름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던 자만심은 입사하자마자 깨졌다. 실제 지면에 실리는 기사량의 배가 되는 취재내용을 줄이고 정돈된 문장으로 써 내려가는 것은 어려웠다. 특히나 고심해서 쓴 문장이 사안을 잘 담아내지 못했다고 느낄 때는 모니터 화면 앞에서 자책감 내지 자괴감이 들었다. 최선을 다해 취재에 응해줬던 취재원들의 얼굴이 눈에 어른거렸다.

이런 어려움을 계속 겪으면서 기자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맞을지 고민했다. 똑같은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인 것만 같았다. 발행주를 앞둔 일요일 밤마다 이번에는 잘 해내겠다고 다짐했지만 모든 것은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결국 달라진 것 없는 나와 마주해야 했다. 그래서 친구들은 물론 다른 학생들을 보며 ‘이런 내가 기자를 해도 되는 것일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곤 했다. 낙수를 쓰는 발행주를 앞두고도 어김없이 이런 생각을 했다. 예전보다 여러 방면에서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기자로서 미흡한 구석이 남아있어서다. 

기자라는 이름의 무게를 힘겨워하는 지금, 수습교육 때 ‘내 글의 무게는 몇 그램일까?’라는 주제로 썼던 글을 떠올려 본다. 그 글에서 나는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내 글의 무게가 무겁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막연히 무게감만 느끼던 그때와 다르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혼자만의 글 속에 숨어 짊어져야 할 무게를 피하지 않는다. 내가 쓴 글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기자라는 이름의 무게를 기꺼이 견뎌내고 부딪히면서, 가감 없이 사실을 전달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추예은 (국어국문학 16)

추예은 기자  miin2030@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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