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하고 도전적이기보다 안주하는 성격이다. 학교에서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던 ‘조용한 학생’이었다. 그러다 기자에 관심이 생겼다. 우연히 TV에서 본 열정적인 기자의 모습에 매력을 느낀 건 나와 정반대의 모습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기자에 관심을 가진 후 대학 입학 전부터 학보사에 들어가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그리고 나는 부대신문 기자가 됐다.

그동안 기자에 대해 막연한 상상만 했던 나에게 수습기자 때 했던 취재 활동은 색달랐다. 사람들을 취재하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모든 게 처음이라 어렵기도 했지만 새로움에서 느낀 즐거움이 더 컸다. <부대신문>을 펼쳐 들어 내 기사를 찾아 읽으면 힘들었던 기억은 머릿속을 떠난 후였다.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들떴던 수습기자를 거쳐 부수습 기자가 됐다. 짤막한 기사만 쓰다 처음으로 좀 더 복잡한 사안으로 기사를 작성하게 됐다. 걱정보다는 열망이 컸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 주, 한 주 지날수록 지쳐갔다. 맡는 기사가 늘어나면서 취재해야 할 양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다.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취재 시작이 늦어 늘 급박했다. 밀린 취재는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취재 걱정에 수업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았고, 신문사 일을 하느라 과제나 시험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신문사 일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일하는 속도가 느려 초고도 제시간에 내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쓴 기사는 기사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글이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결국 부족한 나 자신에게 지쳐버렸다. 더 이상 취재를 하는 것이 즐겁지 않았고, 곧 낙수를 쓴다는 얘기에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가 과연 정기자가 될 자격이 있나’는 생각이 들었다.

‘발전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우울함이 극도로 치솟던 차, 별다른 생각 없이 집어 든 수습 교육 프린트 중 눈길을 끈 문구였다. 수습 첫날 ‘_____한 기자가 되고 싶다’라는 빈칸에 내가 채워 넣은 것은 ‘발전하는’이었다. 나는 신문사에 들어설 때부터 완벽한 기자를 바라지 않았다. 학보사에 들어가겠다는 내 말에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힘들 거라며 걱정했다. 그때마다 이렇게 답했다. “힘들더라도 경험하면서 배우고 싶다”. 내가 바랐던 것은 ‘완벽한 기자’가 아니라 ‘발전하는 기자’이기 때문이다.

수습 시절과 비교했을 때 나는 분명 발전했다. 취재 중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훨씬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다. 처음에 학생들을 취재할 때는 수십 분 동안 망설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발전해 있었던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겐 미약해 보일지라도. 정기자가 되더라도 내가 상상하는 완벽한 기자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어쩌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또 나의 부족함을 느끼고 우울감에 빠져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부족함을 조금씩 채워나가자’는 다짐이다. 정체되어있다고 느낄지라도 그 순간을 견디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면 지금처럼 또 성장해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해본다.

곽령은 (국어국문학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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