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1월 21일 국민투표로 유신헌법이 확정됐다. 투표율 90%에 찬성이 91.5%였다.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인 조국의 평화 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우리의 정치체제를 개혁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대통령 특별선언을 발표해 국가긴급권을 발동, 일부 헌법 조항의 효력을 정지했다. 전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됐으며, 국회가 해산되고 정치 활동이 금지됐다. 이후 국회를 대신한 비상국무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이 의결 및 공고됐다. 이러한 과정은 헌법에서 규정한 헌법개정 과정이 무시된 것이다.

유신헌법은 12장 126조 및 부칙 11조로 구성돼있다.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내용으로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한 허가와 검열 금지 명문규정 삭제가 있다. 통치구조와 관련된 조항에는 대통령의 중임제한 규정 삭제가 있으며, 이 조항은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을 간선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해당 조항은 영구 집권까지 가능하게 했다. 그 외에도 국회의 국정감사권 폐지, 지방 의회 구성을 통일 이후로 미룬다는 내용도 있다.

유신헌법은 우리나라 <헌법>의 기본원리와 부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헌법>에서 기본원리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합성어다.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의 원리 △민주적인 선거제도 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유신헌법> 제 37조 제1항은 ‘통일주체국민회의의 대의원으로 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30세에 달한 자로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국민 주권을 성실히 행사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국민이 아닌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주권을 대신 행사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또한 대통령중임제한 규정을 삭제하고 대통령이 국회해산권을 가지는 것 외에도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긴급조치까지 가능하게 했다.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은 강화되고 국회와 법원의 권한은 약화됐다.

이렇듯 유신헌법은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주의 이념과 배치된다. 김선택(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적 헌법개정에 대한 위헌심사론>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친위기구를 통한 종신집권 보장과 긴급조치라는 대통령 명령에 의한 자의적 지배를 두 축으로 했던 유신헌법의 본질은 독재의 레시피’라며 ‘긴급조치의 본질은 공포를 통하여 국민을 무력화하고 길들이기 위한 수단이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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