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에 진행된 경상남도 버스 파업, 살인적인 근무환경 개선을 외치며 운전대를 놓아버린 버스기사들. 하루 평균 10시간, 월 21일을 일하며 6,047원의 시급을 받는 그들의 파업이 보여준 현실은 혹독했다. 비단 경상남도 버스만의 문제였으랴. 사회공공연구원이 작년에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버스기사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일반사업장 노동자보다 74시간 많은 253.9시간이었다. 격일 근무로 쉴 틈 없이 일해도 손에 쥐어지는 월급은 약 240만 원뿐이다.

과로하는 버스기사가 모는 버스는 안전할 수 없다. 매년 높아지는 버스 교통사고 건수나, 졸음운전으로 벌어지는 대형버스 교통사고 사건들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면 근로 시간을 줄일 법도 한데, 버스 기사들은 무거운 눈꺼풀을 깜빡이면서도 운전대를 잡는다. 버스회사의 경영난 때문이다. 자가용이 증가하고 도시철도가 확충되면서 버스 이용객은 매년 줄어, 버스 회사의 수익도 줄어들고 있다. 이에 회사가 선택한 방안은 버스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인력 충원도 없이 더 많은 버스가 도로 위를 달리게 됐다. 여기서 시작된 악순환 고리는, 버스기사를 포함해 시민의 안전까지 도로 위에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열악한 버스업계는 더 이상 자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탓에 정부와 지자체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까지 주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게 ‘버스준공영제’다. 이는 2004년에 서울에서 처음 시행된 제도인데, 지자체가 버스 노선운영권을 가진 채 버스회사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주는 방식이다. 버스회사의 이윤이 보장되니 당연히 근무 환경과 서비스가 개선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버스회사의 입장에서는 주머니가 채워졌으니 경영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어졌다. 부산시는 2007년 제도 도입 당시 313억 원이었던 재정지원금을 작년 1,334억 원으로 4배나 늘렸다. 아무리 적자 발생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해도 지원 금액이 4배나 는 것이 심히 의심스럽다. 버스기사의 환경이 개선된 것도 아니다. 거기다 부산지역 시내버스 업체가 거액을 횡령한 혐의까지 드러났다. 이쯤 되니 ‘공공성’이라는 허울 아래 득 본 이가 누구인지 선명해진다. 이런 상황에 몇몇 지자체에서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려 한다니, 답습에 그칠까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 7월 한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경북고속도로에서 7중 추돌사고가 났고, 2명이 숨졌다. 그 전날 18시간을 일하고 5시간 정도 잔 뒤 운전대를 잡은,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그런 그에게 지난달 27일 징역 3년이 구형됐다. 구조가 어떻고 환경이 어떻든 사고의 책임은 오롯이 기사 개인이 지게 된 것이다. 한 시민으로서의 버스기사도, 버스를 타는 시민들도 언제쯤이면 안전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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